한문단리퀘

from 2.5 2015. 7. 17. 02:32

뉴트스타일즈

픽션인줄 알면서도, 스타일즈는 뉴트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것은 이름 밖에 모르는 소년의, 미로에서의 생활기라니. 뉴트는 최근 스타일즈가 채팅하는 상대 중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생활기를 채팅창에 남겼으며, 스타일즈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모양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때론 흥미로웠고, 때론 잔인했고, 때론 따뜻했다.

newt : 오늘 벤이 죽었어.

me : ?

newt : 말했잖아. 러너 중에 한 명이야.

newt : 러너는 꼭 죽게 되어있어. 스타일즈.

me : 사람은 누구나 죽잖아.

newt : 그런 말이 아니야. 러너는 꼭 죽어.

newt : 빠른 시일 내에.

뉴트는 본인이 러너였다는 말은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스타일즈는 생각했다. 아마도 뉴트의 이상은 그때 죽어버렸을 것이라고.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상태로, 그저 글레이드를 축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그러나 스타일즈는 그에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그게 스타일즈였으므로.

 

아서임스

임스는 사람을 깔보는 구석이 있었다. 그가 내세운 얄팍한 가면 뒤에는, 사람을 재고 깔보는 깍쟁이가 숨어 있었다. 아서는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보통은 그런 깍쟁이들을 잘 알아보는 편이었다. 임스? 말할 것도 없었다. 아서는 첫눈에 임스에게는 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계단.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어도 임스만의 사람을 가리는 척도가 있었다는 말이다. 안 그런 척 여우같이 내숭을 떨면서.

아서는 참 재미가 없단 말이야.”

임스가 눈을 내리깔고 한쪽 입술을 올리면서 말했다. 혼잣말인지, 누구에게 말을 건 것인지도 애매했다. 아서는 그 말을 듣고 임스를 쳐다보았지만 그와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폴두발

폴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겨우 트위터에서 만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두발은 선입관이 매우 심한 사람이었으므로 사실 폴에 대해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 벽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의 사랑스러움이 벽을 넘어 쏟아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민갤

우울한 나날이었다.

넌 졸업하면 뭘 할 거야?”

갤리는 보기와 다르게 떠드는 것을 좋아했으며 우리의 일상이란 음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곳은 종종 학교처럼 졸업이니 출석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고는 했다. 민호는 그 학교를 꽤 오래 다녔으므로 그 단어들의 뜻을 면면히 알고 있었다. 졸업은 곧 죽음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순진한 15세의 소년은, 처음 만나는 의젓한 선배를 그저 따를 뿐이었다. 갤리는 그렇게 순진한 면이 있었다.

글쎄.”

난 학교를 짓고 싶어.”

갤리는 학대 아동이었고 그 전에는 교육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는 글씨를 잘 쓰지 못했고 손끝에 힘이 없었다.

 

민톰

라면 먹고 갈래? 민호가 덤덤한 척 물었다. 토마스는 라면을 딱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다. 짜고 맵고. 별로 맛있지 않았다. 그러나 민호가 먹고 가라고 하기에, 민호와 더 있고 싶었던 토마스는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민호가 보일 듯 말 듯 웃었다. 토마스는 그런 순간이 좋았다. 민호가 수줍게 웃어 보이는 그런 순간들. 민호는 한 송이 향기로운 꽃과 같았고 한 줄기 청량한 바람과 같았다.

…… 민호?”

토마스는 당황스러웠다. 민호는 부엌 근처도 가지 않고 현관서부터 토마스를 물고 빨고 했다. 물론 그게 더 좋았지만. 토마스는 조금 내숭을 부려보기로 했다. 민호는 토마스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라면? 무슨! 토마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민호에게 밀려 그의 침대 맡에 앉게 된 것이었다. 민호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얼굴이었으며 그의 얼굴에서 청량함이나 향기로움은 이미 없어져도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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