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전력-갤톰갤 (주제:)

 

10:00-10:54

 

 

원래도 그랬지만, 최근 토마스의 불면증이 심해졌다. 실험실에서의 일정은 비인간적이었다. 인류를 위해서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는 곳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도구처럼 다뤄졌다. 당연히 토마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토마스는 대신 꿈은 잘 꾸지 않았다. 그는 한번 잠이 들면 깊숙이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래서 며칠 제대로 자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 며칠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한꺼번에 피로함이 몰려온 것일지도 몰랐다. 앞뒤는 사실 상관이 없었다. 토마스가 본인의 생체리듬이나 건강에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면 소년이 나타났다. 연구실에 머물 때까지만 하더라도 갤리는 또래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이었다. 소년은 자주 울었고, 울음을 참았고, 아주 작고 쥐어짜는 목소리로 엄마 보고 싶어.’라고 말하고는 했다. 꿈속의 갤리는 뭐라고 하느냐. 토마스는 그가 말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갤리가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이 쉰 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나면 꿈에서 깨어났다.

질척하고 기분 나빴다. 토마스의 집중 관리 대상은 민호였다. 아니, 모든 연구실의 눈이 민호를 향하고 있었다. ‘을 지향하는 갤리는 사실 연구원들의 눈 밖에 난 지 한참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글레이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본능이지만, 그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위키드가 원하는 것은 영웅이었다. ‘희생양이 되어줄 영웅 말이다. 집을 지키는 충견이 아니라.

 

이봐, 토마스!”

 

질척한 꿈에서 벗어나 눈을 뜨니 눈앞에 험악한 얼굴이 보였다. 주근깨. 꼬질꼬질한, 하얀 피부. 녹색 눈. 우스꽝스러운 눈썹. 그의 머리 뒤에서는 동이 트기 시작하는 어스름한 하늘이 보였다. 뺨에 닿는 손바닥이 축축했다. 오전부터 더운 기운이 만연했다. 토마스는 실눈을 뜨고서는 한참동안 갤리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꿈인가? 꿈이라면 이렇게 생생할 리가 없었다. 토마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구실에 있었다. 민호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생체리듬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오늘따라 불안감 수치도 높지 않았다. 그래서 토마스는 민호가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어떤 중간 지대를 찾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분명히. 그래서. 연구일지를. 적었다. 그에 대해서. 민호에 대해서.

 

……악몽이라도 꿨어?”

 

갤리는 인상을 쓰고 중얼거렸다. 이미 일과가 시작됐다고. 나약한 꼴 그만 보이고 일이나 해. 그 전에 세수는 좀 하고. 추하니까. 토마스는 그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등에 닿았던 해먹이 출렁, 했다. 출렁. 출렁. 토마스는 잠시 멍하니 그 리듬을 즐겼다. 갤리가 눈썹을 팍 찌푸리더니 그를 비웃었다. 토마스는 그의 굵어진 팔을 붙잡았다. 많이 컸구나. 갤리가 많이 컸어.

 

더위라도 먹었냐?”

 

한방 날려줘? 갤리가 이죽거렸다. 천천히 주변이 눈에 보였다. 지나가는 누구도 갤리와 토마스에게 관심이 없었다. 다들 바빠 보였고, 거적대기에 가까운 무언가를 걸치고 있었다. 토마스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차림새를 살폈다. 그중 가장 걸레에 가까운 것은 토마스의 옷이었다. 갤리의 한숨 소리가 정수리에서 들려왔다. , 하는 사이에 토마스는 갤리에게 턱이 잡혔다. 그리고는 고개가 확 들린다.

 

.

 

소리와 함께 부드럽고 기름진 그것이 토마스의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토마스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소년은 자랐고, 거대해졌고, 그리고 이상해져있었다. 토마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인이었다.

 

똘추야. 언제까지 잘 거야?”

 

토마스는 다시 또 눈을 떴다. 갤리가 개구 진 얼굴로 토마스의 눈앞에서 웃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몸이 닿아있는 침대도 부드러웠다. 뽀송했다. 실내는 덥지 않았고, 적당히 시원했으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토마스는 저도 모르게 입가를 당겨서 웃었다. 이상한 꿈을 꿨어. 무슨 꿈? 네가, 자라나는 꿈. 그 말을 듣고 갤리는 눈썹을 잔뜩 구긴 채로 웃었다. 여기서 더 커지면 어쩌라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닌데. 토마스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입을 열었다가는, 소중한 모든 것이 먼지처럼 날아갈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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