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베니

from 2.5 2013. 11. 17. 20:03

칼베니

 

  베네딕트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선 다리를 꼬았다. 그가 음흉한 상상을 할 때 곧잘 하는 자세였다. 그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꼭 뭐 마른 강아지처럼 구는 베니를, 눈앞의 남자는 잠시간 관찰하다가 말았다. 아마 화장실에 가고 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베니는 초조한 얼굴로 자신의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눈앞의 남자, 칼 어번은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계속되는 일과 일상에 상당히 지친 상태에, 잠시 펍에 온 것이었는데, 크리스의 소개로 인해 베니의 앞에 앉게 되었다. 마침 베니도 그 전의 애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말 상대가 되어줄 거라는 이유에서 말이다. 베니는 신과 크리스에게 속으로 감사인사를 벌써 세 번쯤 한 것 같았다.

의사라니.

 

  의사라면, 순백의 가운에, 청진기에, 가운 앞주머니엔 여러 가지 펜들이 꽂혀있고, . 베니는 이미 그 걸로도 한발 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리부리하고 선이 강한 미남자가, 흰색 가운을 입고 진찰을 본다니. 심지어 남자의 몸에서는 은은한 소독약 냄새가 나고 있었다. 세상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베니는 몇 번째일지 모를 감사인사를 중얼거렸다. 베니의 머릿속엔 이미 그들은 a부터 z까지 -그리고 그 보다 더-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 선생님, 그 거대한 주사를 제발 제 엉덩이에 놔줘요.

 

  “-베니?”

  “, , , 저기, 무슨 말을 하고 있었죠?”

  “... 저 오늘은 이만 피곤해서 돌아가 봐야할 것 같네요.”

 

  베니는 순간 아주 상처 입은 얼굴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명함만 덜렁 남겨놓고는 펍을 나가버렸다. 아마 중간부터 베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의사여서 눈치가 빠른 모양이었다. 간호사 코스튬까지 진도를 나가고 싶었는데. 베니는 정말 진한 한숨을 쉬며 칼의 명함을 바라보았다. 베니의 회사에서 멀지 않은 대형 병원이었다.

베니가 칼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니는 불과 며칠 만에 칼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백색의 가운을 걸치고 있는 칼을 말이다. 세상에, 역시 유니폼이란 건 최고야. 칼은 베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불편한 얼굴을 해보였다. 베니는 그의 앞에 앉아 또 습관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죠?”

 

  선생님, 아래가 너무 뜨겁고 가려워요. 베니는 상상 속에서, 칼의 귓가에다 대고 낮을 소리로 속삭였다. 칼의 당황한 얼굴을 상상하니 금세 몸에 열이 올랐다. 베니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왼쪽으로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잠깐 고민을 해야했다.

 

  “베네딕트 씨?”

  “, . ... 배요, 배가 아파서요.”

 

  베니는 되는대로 둘러댔다. 그냥 당신이 가운을 입은 섹시한 모습을 보러왔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칼은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프신데요?”

  “- 글쎄요. 윗배가 아픈 것도 같고, 아랫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좀 누워보시겠어요?”

 

  칼이 눈썹을 으쓱하며 바로 옆의 간이침대를 가리켰다. 살짝 아랫배가 묵직해진 것 같은 걸. 베니는 잠깐 동안 이 망할 망상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발기를 해버리면, 정말로 좆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베니는 요조숙녀처럼 새침한 얼굴로 간이침대에 정자세로 누웠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칼은 차분하면서도 무심한 어조로 베니의 셔츠를 바지에서 빼내고, 살짝 들어 올려서는 베니의 맨살이 나오게끔 만들었다. 셔츠에서 바지를 꺼내는 것부터 사실 베니는 조금 위험하다 싶었지만, 스스로에게 이건 진찰이다라는 세뇌를 하며 흥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문제는, 베니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망상과 자위를 반복하는 변태라는 점이었고, ‘이건 진찰이다라는 주문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하반신에 악영향을 끼쳤다. 칼은 베니의 윗배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꾹 누르고선 베니의 얼굴을 관찰했다.

 

  “여긴가요?”

 

  아, 아뇨-. 베니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칼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다른 부위로 옮겨갔다. 베니의 배가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했다. 베니, 이건 진찰이야, 진찰이라고. , 베니. 제발.

 

  “여긴요?”

 

  이번엔 칼의 손가락이 베니의 배 옆쪽으로 옮겨갔고, 베니는 이번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어보였다. 칼의 긴 한숨이 베니의 맨 피부로 닿았다. 칼은 이번엔 손을 꽤 밑으로 까지 옮겼다. 그리고 꾹, 누르는데, 베니는 이번엔 정말로 위험하다고 느꼈다. 칼이 자신을 애무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긴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베니는 어떤 상상도 하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써야했다.

 

  “이번에도 아닌가요?”

 

  베니는 숨을 고르느라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칼의 손이 베니의 벨트를 찬 바지 속까지 살짝 들어갔는데, 베니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칼이 그의 배를 꾹, 눌렀을 때, 베니는 으응!”하고, 본인이 듣기에도 민망한 신음소리를 내고 만 것이었다.

 

  그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벌떡 몸을 일으켰을 때, 칼은 주먹을 꽉 쥐고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

2.5는 아닌데 좀 애매해서 

'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셉  (0) 2015.01.16
메모  (0) 2014.12.11
2012.01.25 퍽커트조각  (0) 2012.09.20
2011.11.04 제시마이어  (0) 2012.09.20
2011.09.21 제시핀  (0) 201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