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5 (광케)

from 3 2012. 9. 20. 23:10

황광희+김지엽




  "너무 융통성이 없어."


  아마. 중학교 이후부터 꾸준히 들어온 말일 것이다. 매번 듣지만 기분 나쁜 말. 나는 대꾸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깨작거렸다. 그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복 나가니까 그만해'라고 말한다. 광희는 내겐 언제나 신경질적이다. 호칭도 딱딱해. 하지만 사내에서 광희가 신경질 부리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참는다. 그는 여사원들에게는 친절하다. 매너 좋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하지만 친한 여자는 없다. 모두 적당히 적당히. 그리고 그는 남자에겐 좀 냉담한 편이다. 라이벌이라고 느끼는 남자에겐 더더욱.

  나에게 광희가 밥을 사주는 이유가 뭘까. 아팠다고 갑자기 잘해주나.


  "아~ 그니까! 우리가 일만 하는 기계도 아니고,"


  날 잡역부 1호로 쓰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플 때는 재깍재깍 조퇴를 하라고. 끙끙대고 있어봐야 되는 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그는, 회사를 절대 쉬지 않는다. 병가도 낸 적이 없고, 월차를 내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아파도 아닌 척. 옆 자리인 내가 힐끔 거리기라도 하면 아프지 않다고 딱 잡아뗐다가, '아프다고 소문내면 죽어.'라고 속삭인다. 한마디로 독하다. 야근도 제일 많이 하고, 휴일 근무도 마다치 않는다. 그리고는 9월이 되면 휴가를 끌어끌어 모아서 1달 좀 안되게 여행을 떠난다. 휴일 수당, 야간 수당을 모아모아서는 말이다.

  그러니까, 진짜 독한 인간이다.


  "그리고 좀. 어? 남자가 말이야. 막 아무데서나 울고 그럼 못써."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창피한 꼴을 보인 건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그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좀 곤란하다. 왠지 계속해서 들을 것 같은 더러운 예감도 들고. 암튼 싫다. 아.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 정말 종알종알 말도 많다.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밥 사준다고 쫄래쫄래 따라온 내가 병신이었다. 한숨이 나왔지만 꾸역꾸역 목 뒤로 삼켰다. 이제 더 이상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무렵, 따뜻한 것이 이마를 감싸는 게 느껴졌다.


  "이제 다 나은 거지?"
  "…네.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광희가 생긋 웃으며 이마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누가 걱정해줬는데 안 낫겠어.' 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좀 더 독해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왠지 열이 오르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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