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3 준삼

from 3 2012. 9. 20. 23:01

이창선x양승호



2-1. 대체 우리 무슨 사이인거니

  "쭌. 나 물 좀 갖다 줘."

  "응."

  "쭌. 게임 20분 했어?"

  "어…아니."

  "빨리 해."

  "응."

  "아. 창선아, 나 어깨 좀 주물러줘."

  "어어…알았어.”

  “쭌아. 편의점 같이 갈래?”
  
  “나 피곤한데…”

  “그래서 가기 싫다고?”
  
  “아, 아니야. 가. 가자.”

  “나 과자 하나만 사줘.”

  “어?”

  “아님 돈을 빌려주고.”

  “알았어, 어. 골라 봐. 딱 하나만이다?”

  “땡큐. 역시 너 밖에 없다.”


  .....


  “나 뽀뽀해줘.”

  “…으응?”

  “싫어?”

  “아니. 어…좋아.”

  “어설프게 볼에 하기 없기."





2-2. 대체 우리 무슨 사이인거니 ②



  “와… 되게 섭섭하다, 진짜.”


  뭐랄까. 그때까지 ‘양승호’의 캐릭터는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뚝뚝하고, 잔소리 많고, 화도 잘 내고, 잘 하는 것도 많지만 그에 비례해서 허세도 심한. 20대 초반의 남자일 뿐이었다.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내 핸드폰을 빼앗아 가 만지작거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기계에 워낙 관심이 많으니까 새로운 기종을 보고 호기심을 느낀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남으면 핸드폰 게임이나 하겠거니, 놔둔 거였다.


  “어떻게 그냥 ‘양승호’라고 저장 해 놓을 수가 있어?”
  “…어어? 그게 왜?”
  “진짜 실망이다, 이창선.”


  그리고는 내 손에 딱 소리 나게 핸드폰을 올려두는 것이었다. 황당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친구 먹기로 한 거 아니었나? 한 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 건 너잖아요? ‘양승호 형’. 이렇게 저장했어야 했나? 아니면 ‘양승호님?’ 그것도 아니면 ‘승호 오빠’? ‘군기반장’? ‘허세왕’? ‘양욱’? 뭘 원한 건데. 대체! 뒤 늦게 말을 붙이려고 하니까, 승호의 주변에선 이미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동시에 난 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약 이틀간 승호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어! 쭌~ 나 이 신발 한번만 신어 봐도 돼?”


  내가 요 이틀간 얼마나 눈칫밥을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친한 척 구는 모습에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 나름대로 화해를 신청하는 모양이라고, 난 속으로 기뻐했다. 사고 나서 아직 한 번밖에 안신은 신발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양승호랑 말 한마디 안하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난 허락의 의미로 승호와 눈을 맞추고 웃어보였다. 승호 역시 아주 예쁘게 웃어 보인다.


  “와. 완전 짱이다. 진짜 예뻐!”
  “그치. 완전 예쁘지. 가게에 딱 하나 남아있는 거야, 막.”
  “나한테 완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어? 어어…음.”
  “나 이거 하루만 신고 나갔다 오면 안 돼?”


  반짝반짝. 별이라도 박은 듯 맹렬하게 빛나는 눈에, 떨떠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또 화나게 해서 좋을 일도 없고. 나는 지붕을 뚫을 기세로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이라도 할 것 같은 승호의 팔을 끌고 내 옆으로 앉혔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예쁘기도 하다. 뉘 집 새낀지 참. 얘가 이제 화도 풀어졌고 하니, 나한테 화난 이유를 말해주겠구나 싶어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라곤 ‘나 돈도 좀만 빌려주라’뿐이었다.


  “승호형.”
  “…왜 새삼스레 형이래?”
  “승호님. 승호 오빠.”
  “너 돌았어? 갑자기 왜 그래, 닭살 돋게.”
  “군기반장. 허세왕. 양욱!”
  “…뭐야. 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냐?”


  다 아닌가?


  “이틀 전에 화냈잖아, 형이. 나한테.”


  또 욱 할까봐 형 소리도 붙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욱한다.


  “너는 진짜. 눈치가 그렇게 없냐?”
  “내가 뭐. 자기가 갑자기 화내놓고.”
  “사랑이 없잖아, 사랑이!”
  “…엉?”
  “성 붙여서 ‘양승호’라고 하니까 친근감도 하나도 없고. 우리 사이가 그것 밖에 안되냐!”
  “어…응?”


  승호는 내 멍한 표정을 보며, 울화통이 터지는지 제 가슴을 퍽퍽 때렸다.


  “아. 됐다.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병희랑 영화 보러 가기로 했으니까 돈이나 내놔.”
  “어, 어어. 근데 양승호 말고 뭐라고 하는데?”
  “아니, 뭐! 하트라든가! 아님 적어도 성은 떼든가! 아오!”
  “아~ 아아~ 돈 내일 갚는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신발도 새 거니까 조심해서 다니고.”
  “너나 빨리 내 이름 바꿔서 저장하지?”
  “근데 영화 뭐 보러 가는데?”
  “잔소리 그만하고 돈이나 달라고.”




'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03.19 (준삼) 바보  (0) 2012.09.20
2011.03.13 준삼썰  (0) 2012.09.20
2011.02.20 (준삼)약속의날  (0) 2012.09.20
2011.02.11 준삼썰  (0) 2012.09.20
2010.12.21 병탬  (0) 201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