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님 생일을 축하드려용.

임스 생일인데 아서만 모르는.

 

 

아서는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 나있다. [8. 회의. 중요. 참석 요망.]이라고 문자를 보냈던 주제에, 코브가 회의실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코브는 물론이거니와, 임스, 유서프, 아리아드네까지. 아무도 없었다. 아서는 휑한 회의실을 돌아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다들 군기가 빠져서는. 아서는 회의실 중간에 떡하니 놓인 카우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평소 같으면 자료나 책을 읽었을 시간이다. 차를 한 잔 하면서. 아무 라디오나 틀어둔 채로 말이다.

아서는 30분을 기다렸다. 그는 30분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서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짜증이 치밀기도 했다. 아서는 품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마침 임스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어디야?] 아서는 입 꼬리를 양쪽으로 힘주어 당겼다. 어디라니? [회의하자던데. 연락 못 받았어?] 아서는 점점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휑한 회의실에는 괜히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것 같다. 선득하고 건조한 공기. 먼지 냄새. 칼 같은 시계 초침 소리. 모든 것이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진다. 임스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아서는 그로부터 또 10분을 앉아서 그들을 기다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든다. 그러나 코브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아리아드네도, 유서프도 받지 않았다. 임스에게선 여전히 답장이 없다. 혹시 줄줄이 어디 잡혀가기라도 했나……. 싶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었다. 아서는 아예 카우치에 몸을 뉘였다. 어제는 새벽까지 타겟에 대한 조사를 하느냐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한숨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서는 눈을 감았다. 다들 어디갔는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태평해도 괜찮을까. 생각하는 사이 잠이 들었다.

 

이봐, 이봐! 아서!”

 

아서에 잠에서 깬 것은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깐 잠들었던 사이 꾸었던 꿈에서는 임스가 나왔다. 그는 어쩐 일인지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고 아서에게 샴페인이 든 잔을 내밀고 있었다. 수염이 없으니 한층 깔끔해보였다. 그래, . 반할 정도로. 아니 그렇다고 반했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눈을 뜬 아서의 앞에 후줄근한 셔츠를 입은 임스가 있었다. 아서는 잠시 실망했지만 금세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다. 임스의 손에는 맥주 캔이 하나 들려있었다.

 

……뭐야?”

아니, 참나. 왜 안 오나 했더니. 자고 있었구만?”

……어딜?”

 

아서는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오늘 같은 날은 한 잔 해줘야지.”

 

오늘 같은 날이라니? 아서는 눈썹을 치켜들고 임스를 쳐다보았다. 저는 지금 황당합니다. 그런 표정이었다. 임스는 뒷목을 긁더니 손에 들린 맥주 캔을 아서에게 건넸다. 맥주는 차가웠고, 표면에 이슬이 맺혀있어서 기분 좋게 미끌거렸다. 회의라니. 참나. 임스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서는 이 맥주 캔을 뜯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중이었다. 물론 임스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몸은 조심하는 쪽이 좋았다.

 

안 마셔?”

 

임스는 아서가 미적대는 것을 보다가, 결국 그의 손에서 다시 맥주 캔을 빼앗아갔다. 아서의 얼굴이 구겨진다. 이럴 거면 왜 줬던 거야. 임스는 맥주를 시원하게 원샷 하더니, 거하게 트림을 했다. 아서의 얼굴이 2차로 구겨진다.

 

남자가 품위 없이.’

 

아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임스는 그저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다. 아서는 오늘 같은 날에 대해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어째서 회의라고 말한 주제에 아무도 회의실에 없는 건지. 왜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 건지 말이다. 임스는 코를 살짝 만지다가, 반대쪽 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 알았지만 말이야.”

 

뿌각. 맥주 캔이 우그러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화가 난 거 같기도 하고. 아서는 그때까지도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임스의 이런 말투는, 별로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임스는 아서를 한 번 쳐다보고, 한숨을 쉬고, 어깨를 으쓱 하더니 말했다.

 

오늘 내 생일이야.”

 

공기는 어느새 덥고 축축해졌고, 메마른 먼지 냄새 대신 맥주 냄새가 아서의 콧속을 가득 채웠다. 째깍째깍. 시계는 1초에 1초만큼, 여전히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서는 며칠 전 아리아드네에게서 흘려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겼다. 아서는 그날도 매우 피곤했으며, 서서도 졸기 일쑤였다. 임스 말이에요. 조금 있으면 생일이래요. 파티를 해주는 건 어떨까요? 아서는 언젠가 임스에 대해 조사했던 것을 떠올린다.

.

 

실망이야. 달링. 완벽한 포인트 맨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스는 또박또박 포인트 맨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발음했다. 아서의 어깨가 푹 무너진다. 세상에. 아서가 자신의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임스에 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생인지, 어떤 군대생활을 했는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디로 장기 여행을 떠나는지, 방랑벽이 있는 이유가 뭔지, 목숨을 내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대체 누구인지, 가장 아끼는 속옷 컬렉션이 무엇인지. 등등등.

 

가서 술이나 마시자구.”

 

임스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서는 그 상태로 굳어져서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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