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아서

from 2.5/앗임 2015. 6. 6. 02:37

아서임스

 

2:04-2:37 나홀로 전력 30븐

 

 

나는 종종 너에 대해 생각한다. 너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조용한 공간 속에 앉아 상상해보곤 하는 것이다. 나른한 표정. 우아한 손짓, 몸짓. 얇은 입술은 어째서 늘 화가 난 듯 아래로 쳐져 있는 것인지. 왜 나를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인지. 사실 나는 미움 받고 있는 것인지. 너에 대한 생각은 종국에는 나에 대한 생각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떤 사람일까. 나는 종종 이 거리에서 너를 만난다. 스치듯이 흘러가버리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는 것을.

 

이 책 마지막 장이 없더라구.”

 

나는 종종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멍해진다. 너를 앞에 두었을 때 말이다. 너는 또 눈살을 찌푸린다. 맹세하건데, 나는 절대 도서관의 책을 훼손한 적이 없었다. 침묵 속에서 몇 초간 대치가 이어졌다. 나는 조금 민망해졌고, 괜한 짓을 한 것인가 후회를 하고, 짧게 혀를 찼다. 아서는 내가 내민 책을 잠시간 노려보더니, “잠시만요.”라는 말만 남겨두고 자리를 떴다. 범인을 찾는다거나 하진 않는 건가? 나는 데스크에 기대섰다. 그의 자리에는 커피 자국이 남은 머그컵이 놓여있다. 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무슨 커피를 좋아할까. 어떤 가게의. 어떤 맛의. 어떤 향기의.

 

여기요.”

 

아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똑같은 책을 건네주었다. 그의 다른 손에는 아까 내가 가져다준 책이 들려있었다. 나는 얼떨떨한 상태에서 그가 내미는 것을 받아들었다. 쾌쾌한 냄새. 나는 도서관의 이 낭만적인 냄새가 너무나 싫다. 나와는 너무도 안 어울리지 않는가. 나는 갑자기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짧은 한숨.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사실 뭘 꼬신다거나 그럴 것도 아닌데.

 

고마워.”

뭘요.”

 

나는 책을 받고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주 오세요.”

 

사실 아서에게 반한 것은, 아니, , 그래. 그래……. 아서에게 반한 것은, 그 이유는, 그가 누군가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깐깐하게 생겨서는 말이야. 난 그것이 조금 불만이었다.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보여서? 왜 그게 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아서를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뭘 해볼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오늘 몇 시에 마쳐?”

 

종종 음악이 흐르는 거리에서, 술집이 넘쳐나는 그 거리에서, 본 적이 있다. 너를. 나는 너의 퇴근 시간이 언제인지 알고 있다. 아서는 입 꼬리를 양쪽으로 약간 힘주어 당겼다. 웃는 것도 아니고, 정색을 한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표정. 그냥 평소에 쳐져 있던 입 꼬리를 아주 약간 위로 올린 것뿐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데이트 신청이에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칠까?”

 

또 어깨를 으쓱.

 

나쁘지 않은데요.”

 

이번엔 미소. . 그래. 저거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얼굴을 위장했다. 뒷목이 당겨왔다. 긴장했기 때문이었다. 우습지도 않네. 나중에 봐. 보든지. 나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고선 도서관을 나섰다. 대출 처리가 되지 않은 책 때문에 검색대에서는 시끄럽게 벨소리가 ---’ 울려대고, 그에 비례해서 내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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