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는 갤리를 좋아해.



고등학교au


 

 

하필이면 또 이런 날 비가 온다. 기분도 꾸리꾸리하고, 몸도 무겁다 싶었는데 비가 온다. 사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갤리가 날 받아줄 거라는 자신. 뭐가 문제였던 걸까? 나는 아직 차여봤다든지, 실연을 당해봤다든지 하는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당장에 갤리의 멱살을 잡고 날 찬 건 니가 처음이야!!”라고 말하며 박력 있게 키스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갤리는 내 앞에 없었다. 너무 성급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갤리는 우리는 아직 학생이고, 또 공부에 집중해야하고, 자신은 게이가 아니며, 또 날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어물거렸다. 이 말은 했다가 저 말을 했다가. 얼굴이 달아올라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복도를 지나치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운동장을 뛰다가 문득, 갤리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분명 조금은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조금은.

 

 

아직도 지랄이네. , 난 먼저 간다.”

 

 

책상에 엎드려서 손만 들어보였다. 민호는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간다. 쟤는 나한테 통 관심이 없단 말이야. 나는 괜히 심술이 났다. 비가 내리는 운동장을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단 거라도 잔뜩 사서 가야겠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갤리 생각밖에 안 나고, 그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어쩔 줄 모르던 얼굴밖에 생각이 안 나고, 당황해서 떨리기까지 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갤리는 내 옆에 없었기 때문이다.

 

뉴트, 오늘 비가 많이 온다니까 꼭 우산 챙겨가. 나는 왜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던 걸까. 왜냐하면 너무 들떠 있었기 때문이지. 갤리가 오늘 날 받아줄 계획이었으니까! 괜히 화가 났다. 오전까지만 해도 귀엽고 섹시해보이던 얼굴이 못나게 느껴졌다. 그것보다는 내가 훨씬 더 못나게 느껴졌지만. 우울감이 상승했다. 택시라도 부를까, 하고 지갑을 뒤져봤지만 돈이 넉넉하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중앙 현관까지 내려오니,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갤리……?”

 

 

갤리가 살짝 어깨를 돌렸다. 뭉툭한 코와, 동그란 볼의 실루엣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 갤리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당황한 눈치였다. 오전에 찼던 상대와 곧장 오후에 마주치니 그럴 만도 했다. 갤리와 나는 다른 학년 다른 반이었다. 심지어 층수까지 달랐다. 갤리가 입술을 사려 문다.

 

 

집에 가는 길이야?”

 

 

갤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갤리의 손에는 장우산이 하나 들려있었고, 가방은 어디다 두고 왔는지 등이 허전했다. 갤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시 주변을 서성거렸다. 나는 가방이라도 머리에 쓰고 도망가야하나, 고민했다. 왜 아직도 귀엽지. 덩치만 커다래선. 나는 약간 짜증이 났다.

 

 

……산은 가져왔어?”

 

 

결국 마음을 먹고 가방을 등에서 벗는 참이었다. 갤리가 내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물었다. 그 애는 짧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는 장우산을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혹시 씌워주려는 걸까? 같은 우산 아래 숨 막히는 침묵을 상상하니 치가 떨렸다. 창피하기도 하고.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같이 쓰고 갈래?”

 

 

갤리가 고개를 숙인채로 말했다. 나는 갤리의 정수리와, 숙였을 때 살짝 보이는 뒷덜미와, 약간의 떨리는 목소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제대로 된 대답은 하지도 못했다. 갤리가 내 눈치를 약간 보더니 우산을 폈다. 나는 가방을 다시 고쳐 매고 쪼르륵 갤리에게 다가갔다. 자존심도 없나봐. 갤리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고마워.”

 

 

갤리는 쑥스러운지 목덜미만 긁적였다. 긁은 자리가 빨갛게 변한다. 나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몸은 붙어있는데, 대화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집이 어느 방향이라는 말도 제대로 않고, 그냥 갤리가 걷는 대로 따라 걸었다.

 

 

저기, 집이 어디야?”

내가 왜 싫어?”

 

 

. 말이 겹쳐 나왔다.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단박에, 1초 만에, 깨달았다. 갤리는 귀까지 빨개졌다. 갤리는 머뭇머뭇거리다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집이 어디야?”

……대답해주기 전까진 말 안 해줄래.”

 

 

나는 약간 짜증이 난 상태였다고, 아까도 말했지만. 갤리는 당황스러운 건지 눈썹을 잔뜩 구겼다. 갤리는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고, 땅도 쳐다보고, 우산도 쳐다봤다. 마치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하는 얼굴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갤리는 우산을 고쳐 쥐었다. 학교를 벗어난 지는 꽤 되었다. 우리는 골목으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여동생이 널 좋아해.”

……?”

사실 우산도 일부러 주러 온 거야. 너 우산 안 가지고 온 것 같다고 하더라.”

 

 

갤리는 한숨을 쉰 뒤에 우산을 내 손으로 넘겨주었다.

 

 

. 잘 가.”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골목으로 뛰어가 버렸다. 나는 갤리의 등이 젖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갤리의 의리인지 가족애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비는 여전히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정수리 쪽에서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뭐가 문제였을까?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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