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리 갤리

from 2.5/메이즈러너 2014. 10. 12. 17:35

모지리 갤리

 

 

갤리는 늘 깍두기였다. 바보였기 때문이다. 바보 갤리를 써먹을 만한 곳은 잔심부름과 힘쓰는 일밖에 없었다. 모두가 갤리에게 퉁명스럽게 굴었다. 긴장 상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가여운 갤리에게 푸는 것이었다. 죄책감은 옅어졌고 짜증과 화풀이는 습관이 되었다. 갤리가 울상으로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그만큼 괴롭힘도 길어졌다. 시무룩한 얼굴이 맘에 안 든다나 뭐라나.

 

그래서 갤리는 그나마 자신을 덜 괴롭히는 뉴트를 따랐다. 뉴트는 관심이 없는 건지 어쩐 건지 그를 그냥 내버려뒀다. 갤리에게 가장 일을 자주 맡기는 것도 뉴트였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그것이 부대장 뉴트의 철칙이었다. 갤리는 뉴트가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글레이드의 일원이 된 것 같아서 너무나 기뻤다. 갤리는 뉴트와 있을 때 괴롭힘이 줄어드는 것을 깨닫고 더더욱 뉴트를 졸졸 쫓아다녔다.

 

 

기분 나쁘지 않아?”

뭐가?”

갤리가 쫓아다니는 거.”

 

 

갤리가 잠시 뉴트의 심부름으로 비료를 푸러 떠난 참이었다. 같이 일을 하던 아이가 은근슬쩍 뉴트를 떠보았다. 뉴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데. 그러면 안 되나? 그러자 상대방은 약간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덩치도 크고. 못생겼잖아. 굼뜨고.”

……그런가?”

그래!”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뉴트는 이 대화가 지겨웠다. 다들 갤리는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뭐가 문제지? 공동체에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요즘 뉴트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갤리는 기분 나쁘다였다. 글레이드의 요정 뉴트를 갤리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 중이었다. 뉴트는 갤리 같은 녀석도 챙긴다니까!라나 뭐라나. 뉴트의 눈엔 그저 한심하고 유치해보일 뿐이었지만. 문제는 그것이었다.

 

대화를 갤리가 들어버린 것이다.

 

 

갤리는 하루 종일 시무룩한 얼굴로 뉴트를 피해 다녔다. 오늘따라 한층 못난 갤리에게 화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뉴트가 사라지자 마치 하이에나처럼 떼 지어 갤리를 괴롭혔다.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갤리를 툭툭 치기도 했다. 그러나 다들 곧장 떨어져 나간 것은, 갤리가 영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갤리는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하루 종일 넋을 놓고 다녔다.

 

 

갤리. 이리 와봐.”

 

 

참다못한 뉴트가 갤리를 불러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갤리와 뉴트는 아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갤리는 꼭 울 것 같은 얼굴로 이리저리 딴청을 피웠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우스웠다. 뉴트는 갤리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온종일 갤리가 이상하다는 제보를 들었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뉴트는 평화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균형과. 평화. 뉴트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갤리.”

.”

뭐 화난 거 있어?”

아니…….”

 

 

뉴트는 갤리의 손을 잡았다. 갤리의 손은 따뜻했고, 또 적당히 살이 올라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아이 손처럼. 갤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뉴트는 갤리의 볼도 이런 감촉일까 잠시 궁금해졌다. 갤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뉴트에게 잡힌 반대편 손으로 볼을 긁었다. 갤리의 손가락에 따라 볼 살이 밀려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다. 뉴트는 갤리를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갤리가 인상을 쓴다.

 

 

솔직히 말해줘. 갤리. 슬픈 일이 있었어?”

 

 

갤리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갤리는 뉴트의 눈을 길게 쳐다보았다. 벌 받는 강아지처럼 눈을 축 늘어뜨리고선. 뉴트는 조금 머쓱해졌다. 낮의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거 아닌 대화였는데. 갤리 바보. 바보 갤리. 뉴트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갤리의 목이 움츠러든다.

 

 

갤리.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갤리가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그리고 조금 눈치를 보다가 다시 끄덕인다. 뉴트는 갤리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다. 갤리의 짧은 머리는 뻣뻣하지도 거칠지도 않았다. 날마다 관리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얇고 부드러웠다. 글레이드에서 매일 머리를 관리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해봐.”

, 뉴트는……. 나 싫어해?”

아니. 안 싫어해.”

 

뉴트의 말 한마디에 갤리가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다. 알기 쉽구나. 정말. 뉴트는 부드러운 갤리의 손을 조물딱거렸다. 살을 손가락 끝으로 밀기도 하고, 손등을 쓰다듬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갤리는 뉴트에게 손을 맡기고 있다가, 불편했는지 손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뉴트는 갤리를 놔주지 않았다. 갤리는 참 입술도 통통하네. 왜들 괴롭히는 거지? 뉴트가 손을 올려 갤리의 볼을 꾹 눌렀다.

 

 

, 하지 마. 뉴트.”

갤리.”

, 으응.”

갤리는 날 좋아해?”

 

 

갤리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괴롭히는지 대충 알 거 같기도 하고. 잠시 주저하던 갤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유, 목 떨어지겠다. 뉴트가 너스레를 떨며 갤리의 뒷덜미를 주물렀다. 따끈따끈했다. 갤리는 체온이 높구나. 밤공기는 쌀쌀했다. 뉴트는 엉덩이를 갤리 옆으로 옮겨 좀 더 갤리에게 밀착했다.

 

 

날 좋아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 그치?”

 

 

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눈 감아볼래?”

 

 

눈알을 도르륵 굴리던 갤리가 뉴트의 말에 눈을 꼬옥 감았다. 뉴트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날 뻔했지만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꾸욱 눌러 참았다. 갤리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더니 힘을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뉴트가 갤리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갤리는 눈을 감은 채로 움찔거렸지만 끝까지 눈을 뜨지는 않았다. 뉴트는 갤리의 뒷덜미를 잡았다.

 

.

 

뉴트의 입술이 갤리의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뉴트가 갤리에게서 떨어지고 나서도 갤리는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그게 귀여워서 뉴트는 짧게 뽀뽀를 몇 번 더했다. . . . 민망한 소리가 울릴 때마다 갤리의 몸이 요동쳤다. 뉴트는 이제 갤리의 손이 아니라 배와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갤리는 배도, 가슴도 말랑말랑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다른 애들에겐 비밀이야.”

 

 

갤리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뉴트는 갤리의 얼굴을 잡아당겨 진하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아야했다.






나는 모지리 성애자인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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