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에릭 단문

from 2.5/엑스맨 2014. 8. 20. 00:52

피터x에릭

 

 

무서운 짝사랑

 

 

내가 싫어요?”

 

 

단정한 옆모습. 단아한 자태로 책을 보던 에릭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나는 그 몰래 책을 마구잡이로 헝클어놓고 싶은 것을 참았다. 미움 받고 싶지 않다. 에릭은 잠시 고민하는 듯 얇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뜻일까. 속이 상한다.

 

 

대답해줘요.”

아니, 피터. 아니야.”

 

 

이제 됐지? 하는 얼굴로 에릭이 나를 돌아보았다. 예쁜 속눈썹. 그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가늘고 긴 위아래 속눈썹이 겹친다. 한 번만 만져볼까. 손끝에, 혀끝에, 저 얇은 털들이 닿는 건 무슨 느낌일까. 속눈썹이 된다는 건, 그의 속눈썹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궁금하다. 닿고 싶다. 당신에게 닿고 싶어요. 에릭.

 

 

할 말이 더 남았나?”

 

 

나는 그냥 입가에 힘을 주어 미소를 만들어보였다. 할 말은 많지만. 침묵을 지키기로 한다. 에릭은 조용하다. 할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그는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만, , 한 편으로는 또 그렇지 않다. 사실 아직 그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걸까. 바라만 봐도 좋다, 그런 것까진 아니지만. 그의 몸에 닿는 상상을 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은 것 같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빠가 어떤 사람일까 평생을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는 우리를 버렸으니까. 그냥 아주 약간의 호기심이, 사는 동안 아주 잠깐씩, 수면위로 올라왔을 뿐. 그리고 드디어 에릭을 만났을 때, 나는, 그를 그다지 아빠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과연 가족이 필요할까? 에릭은 충분히 혼자서도 아름답다. 가족으로서, 가족사진 안에 그와 같이 있고 싶은 건 아니었다. 딱히 닮은 부분도 없고. 그가 진짜 아버지라는 확신도 없지 않은가.

 

 

계속 거기 있을 건가?”

아뇨. 갈 거예요.”

 

 

어른 남자에 대한 동경? 아니, 그건 확실히 아니야.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탄? 호기심? 나는 그러고도 한참을 바닥에 앉아 의자에 있는 에릭을 쳐다보았다. 이상한 망토. 나는 그것을 손으로 잠깐 만져보았다. 에릭이 눈썹을 구기며 이쪽을 쳐다본다. 찌릿, 하고 등허리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이게 뭘까? 그냥 잠깐 만져만 보면 될 텐데. 나는 첫 만남 이후 그에게 내 능력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거 범인 경관이에요.”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에릭이 불쾌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눈썹은 만질 수 없지만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 그냥 조금 더 나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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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짝사랑 듣고 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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