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리 에릭

from 2.5/엑스맨 2014. 7. 11. 23:52

모지리 에릭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는 하얀 벽. 그 속에 싸여 10년을 지낸다면, 그 어떤 사람이든 미쳐버릴 것이다. 에릭 렌셔. 그 고고한 짐승마저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펜타곤에서 그를 꺼냈을 때, 에릭은 ’ 10년 전의 에릭이 아니었다. 그는 반응이 무척이나 느렸으며, 아주 익숙한 얼굴 외에는 사실상 찰스 외의-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

 

그는 마치 어린 짐승 같았다.

 

 

에릭, 포크를 똑바로 쥐어야지.”

 

 

에릭은 곧잘 쥐고 있는 포크나 나이프를 흘리곤 했으며, 때때로 멍하니 심지어는 식사 도중에도- 생각에 잠기곤 했다. 찰스를 졸졸 쫓아다녔지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찰스의 등을 볼 때의 눈빛은, 엄마를 쳐다보는 새끼오리 같은 처연함과 간절함이 있었다. 찰스는 이런 상황이 꽤 맘에 든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과거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로건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로건은 어찌나 답답했던지, 찰스 몰래 에릭을 앉혀두고 진지하게 모든 설명을 하기도 했다. 미스틱이 첫 살인을 저지를 날짜는 무섭도록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찰스는 에릭을 보호하려고 했다. 잔인한 사실들로부터 말이다. 로건은 초조했다. 잔인하게도, 아주 잔악무도하게도, 1초는 딱 1초만큼 흘러갔다. 시간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었다.

 

행크가 아이디어를 냈다. 대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급한 대로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로건은 어쨌든 그를 실어갈 의무가 있었다. 찰스는 비행기에 타서 이동하는 동안 에릭의 암기를 도우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에릭, 한 번만 더 읽어볼래?”

미스……. 돌아가자. 함께.”

미스틱은, 기억나지 않아?”

……몰라.”

 

 

에릭은 꼭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찰스가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이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의 얼굴은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계속 울상이었다. 그는 좁은 의자에 몸을 욱여넣고 찰스의 옆에 꼭 붙어있었다. 찰스는 그냥 내내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때때로 에릭의 볼을 쓰다듬거나, 귓불을 꼬집고는 했다. 명백히 성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인데도, 에릭은 그저 새침하게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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