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크로건 학생x선생

from 2.5/엑스맨 2014. 6. 30. 02:10

행크로건 학생x선생

 

 

선생들은 대부분 상냥한 편이었다. 그들은 엄격했으나 다정했고, 또 재능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있었다. 나는 옳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내일도. 모레도.

 

학교장인 프로페서 X의 영향이라는 것을 난 쉽게 알 수 있었다. 누구든지 그들과 조금만 생활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는 강하고 또 온화한 사람이었다. 전혀 무례하지도 않았고, 또 아주 설득력 있고 똑똑했다. 내가 이 학교에 오게 된 것도 그의 오래고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조금 믿어보기로 했다.

 

학교에 적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나는 '보통'과는 다른 아이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거기엔 나만큼 큰 아이들도 제법 섞여있었기 때문에, 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더 이상 공중 샤워실이나 수영장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그 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딜 가나 사람과의 트러블은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이해한다. 아니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잘 좀 보고 다녀, 애송이.”

……죄송해요.”

그래.”

 

 

로건은 늘 불만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안고 복도를 돌아다녔고, 오후에 몇 시간동안 교장실에 갇혀 있었다. 난 그가 어떤 상담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누가 봐도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꼭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말이다. 그가 악몽에 시달린다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였다.

 

우습게도 그는 역사 과목을 가르쳤는데, 수업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멈춰서는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에게 그 페이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령 나라거나, 행크라거나, 비스트말이다.) 선생으로서 어이없는 짓거리를 그는 매번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복도에서 들고 다녔던 다수의 책들이 역사책이었으니, 그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가 물어본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하면,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 내민 채로) “믿을 수가 없군!”이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 꼴이 너무 우습고 또 충격적이어서 꿈속에서 믿을 수가 없군!”이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은 적도 있었다.

 

정말 최악인 것은, 전투 시뮬레이션을 하고 난 후에 그를 복도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파란 털복숭이로 변한 나를 로건은, 아주 놀랍게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이봐 털복숭이! 이 모습이 훨씬 멋있는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물론 선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어떤 능력을 쓰는지, 어떤 2차적인 외모 변화를 거치는지 알고 있었다. , 난 그냥. 로건이 내게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그래서 좀 놀라웠을 뿐이었다.

 

 

행크. 행크!”

, ?”

 

 

눈앞에서 로건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뛰었다. 나는 몹시 긴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교장 선생님 말을 들어서 알겠지만, , 네가 내 공부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 , 무슨 공부요?”

, 아직 못 들었나? 뭐 천천히 설명해주지.”

 

 

로건의 굵직한 팔이 어깨에 얹혔다. 그에게서는 싸구려 시가향이 은은하게 나고 있었다. 불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쩐지 그 냄새의 근원지를 자꾸만 인식하고 있었다. 로건은 희미하게 웃으며 내 공부를 도와주면 상담이라도 도와주지. , 연애상담 같은 거. 내가 이래봬도 인기남이었거든.”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웃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에 맹세코.

 

…….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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