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x에릭

 

 

자그마치 3년 만의 연락이었다. 난 그사이 그를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잊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을 때, 왜 그렇게 당황스러웠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에릭의 목소리는 좋지 않았다. 통화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다.

 

 

미안해, 찰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는 분명 그런 내용이었다. 나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혈청만 맞지 않았어도 그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책상 구석에 단정하게 놓여있는 양주병을 쳐다보았다. 엉망이었던 것을 행크가 정리해놓은 것 같다. 기분이 안 좋았다. 순식간에 질척질척한 진창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에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임신이래.”

임신이라고……?”

 

 

나는 미스틱을 떠올렸다. 나의 여동생이자 나의 누이. 미스틱. 레이븐.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개새끼가 드디어 일을 쳤구나, 싶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수화기를 어깨와 얼굴 사이에 낀 채로 양주 뚜껑을 열었다. 지지직, 지지직, 수화기 소음 사이로 에릭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욕을 퍼부어 주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에릭 이 거지같은 새끼의 존재감이라는 게, 나에게 이다지도 크단 말인가. 기분이 나빴다. 몹시.

 

 

아들이라는군.”

어떻게, 그런 소릴 멀쩡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군, 에릭.”

세대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 않나.”

 

 

입술을 콱 깨물었다. 조금만 더하면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3분 전만해도 평범하게 거지같았는데, 그의 전화 때문에 말도 안될 만큼 거지같아졌다. 내 인생이. 에릭 개 같은 새끼 때문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첫 아이는 자네를 닮은 딸이었으면 했는데.”

?”

유감이야. 다시 연락하지.”

 

 

. 전화는 어이없을 정도로 빨리 끊겼다. 나는 또 이렇게 버려진 것이다. 에릭, 자네는 늘 그렇지. 늘 제멋대로야.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행크인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 에릭을 찾아야겠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지 뭔지를 꼭 죽여 놓겠다고, 생각했다. 에릭은 그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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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이 임신한건데 착각한 찰쮸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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