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리 에릭

from 2.5/엑스맨 2014. 8. 29. 02:46

모지리 에릭

 

 

미스틱x에릭

 

 

에릭.”

…….”

에릭.”

…….”

바보야.”

에릭 바보 아니다.”

 

 

에릭이 진지한 어조로 얘기했지만 미스틱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바보. 바보래요. 에릭은 그 말에 화가 나선 바닥에 발을 한 번 굴렀다. 아니다! 바보 아니다! 에릭은 급기야 마시고 있던 우유를 엎었으며, 흰색 액체는 식탁을 더럽히고 에릭의 옷을 적셨다. 미스틱은 얼른 컵을 똑바로 세웠다.

 

 

바보야, 찰스가 오겠어.”

바보 아니다!”

지금 계속 그 말만 반복하고 있는 거 알아?”

 

 

미스틱이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가지고 왔다. 그는 우선 에릭의 바지를 꾹꾹 눌러 닦았다. 에릭이 인상을 잔뜩 쓰고선 몸부림을 쳤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스틱이 에릭의 어깨에 광대를 맞았다. 쓰읍. 원체 뼈밖에 없는 인간인지라, 아프기도 징하게 아팠다. 미스틱은 한동안 얼굴을 부여잡고 서 있었다. 쏟아진 우유는 강처럼 구물구물 식탁을 가로지르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미스틱은 우유에서 나는 비린내가 싫었다.

 

 

니가 쏟은 거니까 알아서 닦아.”

싫다, 이거 에릭이 안했어.”

찰스한테 혼나도 난 몰라.”

아니야!”

행크한테 혼날지도 모르지.”

 

 

그제야 에릭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바닥과, 식탁과, 자신의 옷에 쏟아진 우유를 관찰했다. 축축하고 찝찝했다. 하루에 한 번밖에 없는 간식시간을 미스틱이 망쳤다. 바보라는 소리와 함께. 에릭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간 머리. 이 빨간 머리는 저택에 오자마자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며 늘 괴롭혔다. 그리고 이상하게 늘 혼나는 건 자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나쁘다.”

누가? ?”

아니다! 에릭은 안 나쁘다! 나빠! 파란 괴물!”

…….”

 

 

.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스틱은 입 꼬리만 끌어올려서 웃었다. 어이가 없고 허무했다. 이 멍청이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미스틱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였다. 늘 단정하게 넘겨진 머리가 엉망이 된다. 에릭은 그 강렬한 색깔의 머리를 고요하게 바라본다.

 

 

……좋다고 했던 건 너였잖아.”

에릭은 그런 적 없다.”

먼저 날 좋다고 했던 건 너였잖아.”

 

 

에릭은 바보가 된 후에 이상하게도 파란색을 무서워했다. 행크에게선 늘 몇 걸음씩 떨어져있었고, 파란색 물건은 닿는 것도 싫어했다. 미스틱을 곁에 두는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미스틱이 말하기를, 알록달록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씩씩거리는 에릭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미스틱은, 행크로 변신했다.

 

 

괴물은 이런 걸 말하는 거지.”

……싫어.”

 

 

싫어! 에릭이 외쳤다. 그 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순간 에릭의 앞에 놓여있던 포크와 나이프, 부엌에 있던 모든 철로 된 물건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포크가 미스틱에게로 날아온 건 순식간이었다. 어찌나 빨랐던지, ‘쇄애액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미스틱은 간신히 몸을 옆으로 숙였고, 포크는 날아가 반대쪽 벽에 꽂혔다.

 

 

날 죽일 셈이야?”

 

 

미스틱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그는 다시 한 번 변신해 찰스로 변했다. 그 모든 과정을 에릭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스틱은 에릭이 이렇게 되고 난 후 그의 앞에서 변신한 적은 없었다. 에릭은 미스틱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믿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들썩거리던 모든 물건들은 다시 잠잠해졌다.

 

 

분노는 널 갉아먹을 뿐이야, 에릭.”

 

 

미스틱이 찰스의 흉내를 내며 얘기했다. 다시 나이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웬 소란이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찰스였다. 잠옷에 가운을 걸친 그가, 비척대며 부엌으로 다가왔다. 나이프가 점점 더 크게 요동쳤다. 미스틱은 마른침을 삼켰다. 또 다른 찰스를 발견한 찰스가 눈썹을 올렸다가 내렸다.

 

 

뭐 하고 있었어?”

 

 

그때였다. 에릭이 울음을 터뜨린 것은. 찰스가 어떻게 두 명이야! 에릭이 소리쳤다.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퐁퐁 샘솟았다. 나이프는 다시 얌전해졌다. 찰스는 얼른 가서 에릭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축축한 바지를 발견하고선 우유는 왜 쏟았어, 에릭?”하고 묻는 것이었다. 미스틱은 그들의 틈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2.5 > 엑스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에릭) 안녕  (0) 2014.09.17
미에릭 쪼각  (0) 2014.09.11
(미에릭) 꽃토하는 미스틱  (0) 2014.08.28
피터에릭 단문  (0) 2014.08.20
자그마치 3년 만의 연락이었다.  (0) 2014.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