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릭) 안녕

from 2.5/엑스맨 2014. 9. 17. 22:49

(미에릭) 안녕

 

 

 

안녕.

 

 

미스틱은, 늘 같은 길을 지나가는 그를 본다. 훤칠한 키와 냉정한 표정,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섹시하게 푹 들어간 양 뺨, 늘 살짝 구겨져 있는 미간. 오늘 그는 깔끔한 수트차림이다. 수트에 감싸인 얇은 허리가 보인다. 미스틱은 그 허리가 얼마나, 그 살이 얼마나 착 감기는지 알고 있었다. 오늘의 그는 너무나 금욕적이라서 미스틱의 구미를 당긴다. 미스틱은 고이는 침을 목 뒤로 꼴깍 삼켰다. 미스틱은 꽃에 물을 준다. 꽃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다. 에릭.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빨간 꽃이었다. 에릭을 닮았다. 빨갛고 아름다워서, 사람을 유혹하는 점이 말이다.

 

 

안녕.”

 

 

미스틱은 에릭에게 인사한다. 에릭은 미스틱을 모른다. 파란 괴물. 미스틱. 미스틱은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4층에서 살고 있었다. 텔레패스가 아닌 이상, 이 거리에서 하는 인사가 들릴 리 없다. 그래도 왠지 에릭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거 같아서, 미스틱은 얼른 찰스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찰스는 몇 년째 미스틱과 함께 하고 있는 동거인이었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부자인. 질투가 날 정도로 아주 찬란한 남자 말이다.

 

 

. 눈이 마주쳤다. 미스틱은 괜히 웃었다. 에릭은 매서운 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그는 매력적이다. 미스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강렬한 눈빛을 받은 것이 감격스러워서. 그는 매일 저녁 근처의 펍에 나타난다. 근사하게 차려입지도, 그렇다고 너무 후줄근하지도 않다. 그는 조용히 사람을 관찰하며 술을 마신다. 꼭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미스틱은 그에게 사실, 몇 번 말을 건 적도 있었다. 사실은, 사실은. 몸을 섞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스틱을 알지 못한다. 파란 괴물 미스틱을.

 

 

안녕. 혼자 왔어?”

이제 둘이 됐군.”

 

 

에릭은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계를 쉽게 허문다는 말도 아니었다. 미스틱은 요즘 매일같이 찰스 몰래 펍에 나오고 있었다. 찰스는 그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미스틱이 이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찰스와 에릭뿐이었다. 찰스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하는 수 없었다. 에릭을 보면 꼭, 내일이라도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누구 기다려?”

아니.”

그럼 나갈래?”

 

 

미스틱은 일부러 가볍게 말한다. 오늘 그는 근사한 남자로 변신했다. 새파란 눈, 진한 고동색 머리. 키도 에릭과 엇비슷하게 맞췄다. 그리고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을 꾸몄다. 몇 번의 접촉 끝에 미스틱은 그가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에릭은 잔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건 별로 에릭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일까? 미스틱은 초조해졌다. 손에 땀이 찬다.

 

 

좋아.”

 

 

에릭은 짧은 대답을 툭 던지고서 일어났다. 그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에릭의 아파트로 갔다. 집으로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에릭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미스틱의 멱살을 잡고 키스했다. 벽에 강하게 밀쳐진 미스틱은, 하마터면, 너무 좋아서 다리가 풀릴 뻔했다.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도 처음이었다. , 쭈웁. 민망한 소리가 현관에 가득 울려퍼졌다. 미스틱은 그의 셔츠를 빼내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에릭이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냈다. 별안간 그의 입술이 떨어져나간다. . . 미스틱은 그 찰나도 아쉬워서 에릭을 졸졸 따라가 키스했다. 그때, 에릭이 미스틱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제 진짜 모습을 보여줄 거지?”

 

 

미스틱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에릭의 자신만만한 눈빛이 미스틱을 찌를 듯하다. 에릭이 미스틱의 머리채를 잡았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단에 맞춰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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