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 청립조각2

from 2 2013. 7. 3. 22:21

아오미네 다이키x카사마츠 유키오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사마츠의 자취방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구가 없었다. 심플하다고 해야 할지. 휑하다고 해야 할지. TV나 컴퓨터는 없었고, 몇 권의 농구 잡지와 침대, 책장 정도가 다였다. 그나마도 책장은 채 한 줄이 찰까말까 했다. 그의 방에서 조금 이질적인 물건이라고 하면, 바로 기타였다. 저런 단호한 얼굴로 즐겁게 기타를 칠 것이라는 게, 아오미네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아오미네는 카사마츠가 저녁을 준비할 동안 어설픈 모양새로 그의 방을 서성거렸다. 혹여 땀 냄새나 발 냄새가 날까봐, 그의 옆에선 최대한 떨어지고 싶었다. 찝찝하고 샤워가 하고 싶었다. 샤워한다고 하면 실례겠지. 앉으려니 앉을만한 곳은 침대뿐이고, 그런데 혹여 밖에서 뒹굴었던 지저분한 차림 때문에 카사마츠가 불쾌해 할까봐 (사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는 건 아오미네에게 드문 일이었다.) 아오미네는 서지도 앉지도 못한 채였다. 어차피 같은 운동하는 사내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조심스럽냔 말이다. 아오미네는 부엌의 눈치를 보며 농구 잡지나 뒤적이는 척 했다. 


  카사마츠상 혹시 이런 걸로 딸 치는 건가. 


  상념은 흘러 흘러 아오미네가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잡지는 넘기던 손은 자연스레 '기적의 세대' 특집 기사에 머물렀다. 아오미네의 길고 검은 손가락이 주춤주춤 종이를 넘기려다 말고, 그저 장난처럼 종이의 얇은 면을 우쭐우쭐 쓸었다. 설마하니 농구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아오미네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손한 상상이 절로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아오미네는 고개를 붕붕 내저어서 상념을 떨치려고 애썼다. 침대 아래에 분명 다른 종류의 잡지가 있겠지. 아니면 저 책장사이나 책 속에 커버만 다르게 포장해서 넣어뒀을지도 모르고ㅡ. 불손한 생각을 떨치려고 애썼지만 상념은 당최 다른 주제로 넘어가지 않았다. 급기야 아오미네는 카사마츠에 대한 왠지 모를 죄책감과, 또한 어떤 종류의 억울함, 아주 약간의 호기심이 동해서 카사마츠의 침대 맡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오미네는 '우와아ㅡ'하고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속으로 꾹꾹 눌러 삼켜야했다. 잡지는 너무나 정직하게 침대 밑에 놓여 있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깔끔한 집이라 그런지 먼지도 거의 없었다. 아오미네가 정말로 놀란 점은, 카사마츠의 취향 때문이었다. 표지는 다르지만, 이건 분명히 아오미네의 집에도 있는 '마이쨩'이었다. 의외로- 아니 의외인가? 왕가슴 좋아하는구나. 아오미네는 이런 은밀한 부분까지 정직한 카사마츠에게 놀랐다. 그리고 카사마츠가 농구 잡지가 아니라 (혹은 남체가 있는 다른 잡지가 아니라) 평범하게 '마이쨩'을 대상으로 욕정 한다는 건 아오미네에게 왠지 모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와는 상관없이 아오미네는 본능적으로 잡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앉지도 못하고 서성거리기만 했던 침대 위에 털썩 앉은 채로 말이다. 이 침대 위에서, 이 잡지를 보고 딸을 잡는다는 건가. 아오미네는 어느새 진지하게 카사마츠가 자위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흔들다가, 문득, 학교나 밖에서 본 여자가 떠올라서 죄악감을 가질지도. 아오미네는 웃음을 픽 흘렸다. 쓸데없이 성실하다니까. 그런데 어쩐지, 새빨개진 얼굴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카사마츠를 생각하니, 불현듯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아. 또 이런. 너무 많이 가버렸잖아. 아오미네는 선배의 새빨간 얼굴을 떨쳐내려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카사마츠가 불쑥 나타났다. 편한 자세로 잡지를 넘겨보던 아오미네는 얼굴이 홧홧하니 달아올라서는 저도 모르게 정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베개 밑에 잡지를 던져놓고서 태연한 얼굴로 카사마츠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카사마츠는 멀뚱하니 아오미네를 보다가는, "밥 다됐어."라는 말로 그를 간단히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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