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 청립조각

from 2 2013. 7. 3. 22:21

아오미네 다이키x카사마츠 유키오 



  아오미네는 순간 밀려오는 창피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얼굴이 제법 붉어졌지만 눈앞의 상대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이냐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아오미네의 피부는 어두운 색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아마 아오미네의 까만 피부 때문에 그의 얼굴이 붉어진 줄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었다. 아오미네는 여기서 1차로 안심을 했지만 여전히 태그가 잘못 붙어있는 상의를 입은 것처럼 껄끄러운 기분을 떨칠 수 가 없었다. 눈앞의 상대, 카사마츠 유키오는 그런 아오미네를 올곧은 눈으로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참을 수 없는 껄끄러움에 치를 떨었다. 


  때는 이른 저녁이었고, 서서히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봄이라고 해도 아직 해가 길지 않은지라, 벌써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낮까지만 해도 훈훈했던 날씨는 온데간데없었다. 비라도 올 것처럼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렸다. 농구를 하다가 와서 땀을 잔뜩 흘린 데다가, 티셔츠는 벗어버리고 민소매 티만 입고 있던 터라 아오미네는 문득 몸이 선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카사마츠를 앞에 두고 갑자기 티셔츠를 주섬주섬 입기도 민망했던지라, 아오미네는 손을 들어 제 팔을 조금 비비다가 말았다. 


  두 사람의 묘한 대치는 몇 분간 이어졌다. 인사만 간단히 하고 헤어졌으면 될 걸. 왜 길 한가운데서 사내 둘이 멀뚱하니 서 있는 것인지 아오미네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 분 동안의 대치 상태를 깨고, 먼저 입을 뗀 것은 아오미네였다. 


  "여어. 선배, 도쿄엔 웬 일이야?" 
  "아. 근처에 자취방이 있어서…." 


  그러고 보니, 카사마츠의 양 손에는 장을 본 것 같은 커다란 비닐봉투가 쥐여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키세로부터 건너 건너 그런 소식을 들은 것도 같았다. 같은 대학으로 진학할거라나 뭐라나. 닭살 돋는 얘기지만, 키세라면 정말로 그럴 것 같아서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등줄기가 선득해지는 아오미네였다. 선배는, 카사마츠는 말 사이에 조금 틈을 주고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말을 덧붙였다. 


  "도쿄로 진학하게 되었거든." 


  바로 옆 동네인데. 왜 좀 더 일찍 마주치지 않은 걸까? 아오미네는 스스로 어떤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아마 추위로 인해 온 정신이 혼미해 진 것 같았다. 춥고 허기지고, 얼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반복해서 하고 있는 주제에, 아오미네는 쉬이 걸음을 떼지 못했다. 어찌 보면 카사마츠의 앞을, 그 온 길목을 (그 덩치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막아선 것처럼 보였다. 카사마츠는 별다른 리액션 없이 멀뚱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이후 스케줄도 없었고, 나름 고등학교 때의 인연을 만나 반가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의 공기가 서먹해서,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것이 아오미네의 눈에도 보였다. 그때였다. 아오미네의 뱃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난 것은. 


  꼬르르르르륵 


  순간 두 사람의 눈이 정확하게 마주쳤다. 카사마츠는 양손의 짐을 조금 추켜올리면서, 그리고 조금 주저하면서 말했다. 


  "저녁 먹으러 갈래?"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아오미네는 생각했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단순히 계절과 맞지 않은 추위 때문인 건가.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이유가 더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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