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알코올에 취해 흥얼대는 남자를, 아서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남자의 얼굴엔 둥그스름하게 홍조가 떠올라 있었고, 난잡한 무늬의 셔츠는 반쯤 풀어헤쳐져 있었다. 술자리가 시작할 때 얌전히 매여 있던 넥타이는 흔적조차 없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에 섞여 독한 알코올 냄새가 아서에게 훅 끼쳐왔다. 아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의 셔츠를 여며주었다. 인상은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지는 듯 보였으나, 손끝은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 남자, 임스가 차창 밖을 보고 있다가 별안간 고개를 아서에게로 돌렸다. 아서의 손은 자연스레 떨어져 나갔다. 임스가 흐트러진 머리를 한쪽으로 넘겨 정리하며 말했다.
"달링은 내가 그렇게 좋아?"
간혹 누군가 한숨 쉬는 소리만 나던 택시 안은, 임스의 질문 한마디에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아서는 눈을 내리깔고 할 말을 찾았다. 살면서 순발력이 나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서는 임스의 질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끝내 생각해내지 못했다. 대신 아서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쯧. 임스가 혀 차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서의 탄탄한 허벅다리에 임스의 두툼한 손이 올라왔다. 임스는 은근한 손길로 아서의 허벅다리를 쓰다듬었다. 아서의 찡그린 얼굴이 그를 다시 돌아보자, 임스가 천진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선 물었다.
"내 생각 하면서 딸도 쳐?"
임스의 손이 아서의 허벅지로 쑥 들어왔다. 아서는 임스의 손을 거칠게 뜯어내었고, 재빨리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았다. 택시기사는 그들을 계속 주시하다가 거울을 통해서 아서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서는 단정한 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꾹꾹 누르며 다시 정리했다.
"취했으면 얌전히 자지 그래, 미스터 임스."
임스는 그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아서의 귀에는 마치 비웃는 것처럼 들렸다. 택시기사가 거울을 통해 힐끔힐끔 두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인상 쓰면 무섭지, 달링."
웃으라구, 스마일-. 임스의 두꺼운 손가락이 아서의 미간과 입가를 매만졌다. 아서는 매몰차게 그의 손을 쳐내고는, 다시 머리를 매만졌다. 임스는 아서가 마른침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임스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종류의 초조함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임스는 미소를 지었고 아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두 사람은 각자 창밖을 쳐다보았다. 눈은 그칠 생각도 하지 않고 펑펑 쏟아졌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택시는 임스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 멈춰 섰다. 택시기사는 빼도 박도 못하게 오해를 할 것이다. 아서의 골이 지끈지끈 울리기 시작했다.
"멀쩡한 것 같으니 알아서 들어 가. 난 바로 집으로 갈테니까."
임스가 웃으며 눈썹을 찡그렸다.
"차라도 한 잔 하지 그래. 내가 달링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말야."
"임스, 난 피곤해서-"
"기회를 줄 때 잡아야지, 허니."
임스가 택시 기사에게 윙크를 날리며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렸다. 아서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화를 내며 택시에서 내렸다. 노란 택시는 뒤꽁무니가 빠져라 도망 가 버렸다. 아서는, 임스의 어떤 행동에 자신이 화가 난 건지 헷갈렸지만, 아주 화가 난 음성으로 임스를 불러 세웠다.
"임스!"
"오, 달링. 내 방엔 달링이 좋아할 만한 게 많으니까 말야."
임스가 아서의 어깨를 안고선 그를 호텔 안으로 이끌었다. 아서는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주춤주춤 발걸음을 뗐다. 이미 '오, 달링'이라고 달콤하게 발음하는 임스의 목소리에서 그의 화는 대부분 녹아 없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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