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아니고 말야.
임스는 아리아드네가 사다놓은 컵케이크를 조심조심 먹으며,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아서를 흘긋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다. 이거 봐. 이거 보라구. 임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서는 카페인이 필요한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커피포트 근처로 와서는, 커피가 다 내려오고도 남았는데 여전히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평소에는 블랙커피만 고수하는 주제에 설탕이니 크림이니 하는 것들을 찾으면서 말이다. 내 컵케이크가 탐나는 걸까. 임스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임스의 간식시간마다 아서가 빙빙 주변을 맴도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했다. 글쎄. 그게 아니란 건 임스는 단 며칠 만에 깨달았다. 단정하고 냉정한 포커페이스 아서가 왜 저렇게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구는지를 말이다.
"아서?"
임스가 아서를 부르자 아서는 눈썹을 으쓱하며 임스를 쳐다보았다. 임스는 아서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가, 다시 살짝 굳어지는 것을 눈치 챘다. 오우우우. 아서. 제발.
"한 입 먹을래?"
임스는 여태 아서에게 자신의 간식을 한 입 권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서는 늘 바빠 보였고 단 것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스가 말이라도 한마디 붙일라치면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냉랭하게 쳐다보니, 임스가 한 입 권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임스는 자신의 제안에 아서의 눈동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빛을 내는지 보고야 말았다. 아서는 곧 그 눈빛을 감추었지만, 임스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첫사랑 하는 계집애도 아니고 말이야. 임스는 속이 거북해졌다. 아서는 여전히 임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라는 눈빛을 한 채로 말이다.
임스는 포크로 컵케이크를 푹 떠서 아서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내민 채로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얼른 와서 받아먹으라는 뜻이었다. 아서는 인상을 쓰고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코브는 밖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중일 것이고, 아리아드네는 임스에게 컵케이크만 사다주고는 오후에 수업이 있다며 서둘러 돌아가 버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서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임스에게 다가갔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지만 그 귀 끝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의 자태에, 임스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 했다. 설마. 말도 안 돼. 그 순간, 포크가, 그 말도 안 되는 순간에 임스의 손에서 쭉 미끄러지고 말았다. 포크는 임스의 바지 위에 떨어졌고, 앉아 있던 임스의 다리 사이에 케이크가 툭 떨어졌다. 쨍강, 이차적으로 포크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내는 소리가 고요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아서의 눈빛이 몹시도 떨렸다. 아서는 벌써 임스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괜히 당황한 임스가 휴지를 들고 케이크를 치우려고 하자, 아서가 그의 팔을 턱하고 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임스는 굳어서 그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아서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아서…?"
아서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임스는 자신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서는 고개를 숙이고 임스의 다리 사이에 떨어진 케이크 조각을 살포시 물었다. 임스의 앞섬에는 하얗게 크림이 묻어있었다. 아서가 고개를 들었고, 둘은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곧게 닿아오는 시선에, 임스는 눈을 피할 타이밍을 놓치고 계속해서 그와 시선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아서는 천천히 혀를 굴리며 케이크를 맛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케이크를 음미하던 아서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달군."
임스는 간신히 어깨를 으쓱할 수 있었다.
"달링은 원래 단 거 안 좋아하니까 말야."
아서의 손가락이 임스의 앞섬을 툭 건드렸고, 순식간에 임스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고, 그의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서의 손가락 끝에는 하얀 크림이 묻어있었고, 아서는 천천히 그것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쭈웁 소리가 나게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것을, 임스는 어딘가에 홀린 듯이 보고 있었다. 누군가 몸을 꽁꽁 결박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서는 이번에는 좀 더 오래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는 듯 고개를 살짝 들어 임스와 눈을 맞췄다. 임스는 저도 모르게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했다.
"잘 모르겠는데. 좀 더 맛 봐도 될까?"
포크는 여전히 바닥을 굴러다니고, 아서는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단정하고 깨끗한 바지가 더렵혀지고 구겨져 있었고, 임스의 앞섬에는 아주 약간의 크림이 더 남아있었다. 아서는 임스의 대답을 조금 기다리나 싶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임스의 다리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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