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런 전력 60: 영화

갤톰갤

22:52~

 

 

 

토마스는 늘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그는 어깨만큼은 다부졌으므로 작은 카메라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토마스는 사람들 사이에 잘 섞이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는 촬영을 했고, 사람을 관찰했고, 또 종종 코멘트를 달곤 했다. 완벽하게 분리된 어떤 공간에서, 그는 우리를 관찰하곤 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갤리. 주전으로 뛰는 첫 경기인데 어때?”

좀 닥쳐, 토마스.”

, 떨린다든가, 그런 거 있잖아.”

 

 

그는 학교의 신문사보다도 더 열성적이었다. 나는, 농구부에 들어가고 처음으로 스타팅멤버에 들어갔다. 정신이 없었다.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 토마스의 존재란 것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커다란 덩치를 하고선 그저 우두커니 서있었다. 토마스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졸업 기념으로 전시하고 싶다나. 옆얼굴로 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소름이 돋을 만큼 온 감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토마스가 잰 체 하며 떠들어대는 소리가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했다. 그의 커다란 목소리는 귓가에서 왕왕 울리다가 흩어지기 일쑤였다.

 

 

말 안 해도 알겠다. 너 엄청 떨고 있구나.”

제발 좀 닥치고 네 할 일이나 해.”

이게 내 할 일인걸.”

젠장.”

 

 

토마스의 카메라가 기울어진다. 지지직. 기능이 좋지 않은 그의 카메라는 신음을 몇 초간 앓은 후에야 제대로 된 화면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코트의 온도는 서늘했다. 모두가, 이곳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상상했던 그 열기가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아주 냉혹하고 차가운 무언가였다. 벤치에서 그토록 열광했던 스포트라이트는, 전혀 뜨겁지 않았다. 몸을 풀면서 땀이 빠졌다. 그리고 중요한 어떤 것이, 땀에 섞여 녹아내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래, 아주 쓸데없는 생각에 치우쳐져 있었다.

 

 

. 물을 좀 마시는 건 어때?”

모르겠어.”

설마 울면서 뛰쳐나갈 건 아니지?”

네가 한 마디라도 더 안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거거든.”

개새끼.”

 

 

토마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학학학. 카메라가 크게 흔들리며 그의 숨소리가 잔뜩 섞인 웃음을 녹음한다. 토마스의 어깨 너머로 주장 민호가 보였다. 그는 차분하게 코트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미 워밍업은 충분할 정도로 했다. 그러나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묘한 압박감. 버틸 수 없을 만큼 갑갑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토마스는 매니저보다도 더 자주 나를 들여다보았다. 아마 민호 같으면 단박에 그를 쫓아 보냈을 것이었다.

 

 

뉴트와 내기를 했는데 말이야.”

……제발 좀.”

“1쿼터에 네가 교체 되냐 아니냐로 걸었거든?”

…….”

걱정 마. 나는 전반에 교체된다고 말했어.”

 

 

쫑알쫑알 시끄러워 죽겠네. 그러나 나는 정말, 전반에 교체되고 말았다. 의욕이 너무 과했던 탓인지 파울을 너무 많이 했다. 점수는 올리지 못했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괜찮은 경기를 펼쳤던 것 같다. 감독도 제법 어깨를 단단하게 두드려줬으니. 아니 아닐지도 몰라……. 그 후로는 모든 것이 그림처럼 지나갔다. 코트 위와 벤치 위는 아주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세상이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말했지. 전반에 교체된다고.”

너 저때 정말 얄미웠던 거 알아?”

 

 

토마스의 깔끔한 옆선이 빙긋 미소 짓는다. 작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어쩐지 추억에 젖어있었다. 나는 별로 말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화면에 계속해서 비치고 있는 것이 내 얼굴이라는 게 문제였다. 지금보다 훨씬 젊고, 어린, 젖살이 붙은, 내가 화면에서 줄창 씨근덕대고 있었다. 빨간 얼굴이 흉했다. 어딘가 불안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토마스에게 닥쳐란 말밖에 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의 치기였다. 나는, 그만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어릴 땐 정말 귀여웠는데.”

아니 멋있었지.”

전반에 교체된 주제에.”

네가 방해만 안했어도 괜찮았거든?”

 

 

그러고 보면, 토마스는 결국 다큐멘터리를 상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편집이 어떻니, 내용이 어떻니, 화면이 어떻니, 하며 거절당했지만, 내 생각으로 2시간 가까이 내 얼굴만 나온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만약에 뉴트였더라면, 하다못해 3년 내내 농구부의 스타였던 민호였더라면. 그게 아니라면 토마스 본인의 얼굴만 2시간 나와도 괜찮았을 것이다.

 

 

넌 내가 왜 좋아?”

 

 

뜬금없는 내 질문에 토마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 화면빨 진짜 잘 받거든.”

 

 

그래서 좋아. 하는 말은. 생략됐다. 토마스는 대신에, “우리 야한 영화나 좀 찍어볼까?”하고 몸을 붙여오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아이처럼, 꼭 고등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는 메가폰을 든 감독이었고, 나는 그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늘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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