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갤리 고딩+오메가버스

 

 

어쩐지 몸이 조금 무겁다 했다. 민호는 양호실로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갔다. 조퇴하기 전에 억제제를 조금 먹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담임은 아마 곧장 민호를 집으로 보내줄 것이었지만, 가는 길에 이성을 잃은 채로 아무 오메가나 붙잡고 실례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필 오늘이었다니. 설상가상 양호실 문은 잠겨있었다. 이 새끼 농땡이 부릴 때부터 알아봤어. 민호는 참지 못하고 양호실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메가는 1년에 적게는 2, 많게는 4번의 히트싸이클을 겪는다. 알파는 일 년에 딱 1, 아주 특이한 경우에는 2번 겪는다. 히트싸이클은 아시다시피, 일종의 발정기 같은 것이다. 이 발정기에는 개인차가 있어서,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심한 사람이 있고, 가벼운 감기처럼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민호의 경우에는 아주 독하게 히트싸이클을 앓는 편이었다. 3차 성징이 나타나고 (보통은 2차 성징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다) 몇 번을 겪었지만,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엄마가 억제제 먹으라고 했던 거 같아. 민호는 양호실 문 앞에 배를 부여잡고 웅크리고 앉아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역시 어른 말씀을 들어야해……. 슬슬 열이 오르고 아랫배가 묵직해져왔다. 얼른 집에 가야할 텐데. 민호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었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집에 갈 자신이 없었다. 대중교통은 당연히 탈 수 없었고, 혹여나 택시를 탄다고 해도 택시 기사가 베타나 알파일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었다. 좁은 공간 안에 오메가와 단둘이라니. 민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너 여기서 뭐해?”

 

 

갤리였다. 좆같은 선도부 새끼. 갤리는 민호를 늘 잡아대곤 했다. 어느 날은 명찰이 없어서. 어느 날은 넥타이가 이상해서. 어느 날은 신발이 지저분해서. 어느 날은 머리가 길어서. 등등등. 다 말할 수도 없었다. 쌓인 벌점 때문에 교내 봉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민호는 왜 하필 이럴 때 마주친 게 갤리인가 짜증스러웠다. 수업도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뭣하고 있나 따져 물으면 한 대 때려버릴지도 몰랐다.

 

 

어디 아파?”

 

 

갤리는 조금 더 가까이 민호에게 다가왔다. 민호는 갤리가 민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였을 때, 은은하게 나는 복숭아 향을 맡았다. 아주 달콤하고 농밀한 향이었다. 민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갤리를 올려다보았다. 창백하게 질려있던 민호의 얼굴에 순간 생기가 돌았다. 갤리는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호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갤리가 숨을 쉴 때마다 달콤한 향이 민호의 코를 자극했다.

 

 

열이 많이 나는데? 병원에라도 데려다 줘?”

 

 

민호는 멍해진 눈으로 갤리를 바라보며, ‘왜 이렇게 친절한 걸까생각했다. 글쎄, 그러나 민호는 이미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아마 오메가라서? 알파인 내게 반했나? 이 달콤한 향으로 나를 유혹하려고? 민호는 갤리의 멱살을 틀어쥐고 그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민호의 콧기름과 땀이 갤리의 목덜미에 잔뜩 발린다. 갤리는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완연했다.

 

 

너 오메가야?”

 

 

민호가 여전히 갤리의 목덜미에 입을 댄 채로 웅얼거렸다. 갤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갤리는 자신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민호가 멍하게 풀린 눈으로 갤리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의 살은 짭짤하면서도 달고, 또 단단했다. 과즙이 많은 배처럼. 그것만으로도 민호의 앞섬이 눈에 띌 만큼 부풀어 올랐다. 갤리의 향기는 처녀같이 순수한 느낌이 있었다. 열 때문에 민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갤리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민호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민호의 그렁그렁한 눈과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나 좀 어떻게 해줘, 갤리…….”

 

 

갤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민호의 열 오른 손이 갤리의 목에 감겨왔다. 민호가 숨을 들이 쉴 때마다 그의 판판한 가슴이 들썩거렸다. 갤리는 멍하니 그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쳐다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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