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는 본능/ 커튼/ 온 몸을 옥죄는

 

 

민호갤리

 

 

솔직히 갤리는 진짜 못생겼지 않냐?”

 

 

외모를 품평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겠지만, 평화를 되찾은 글레이드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왔다. 누구누구는 못생겼다. 누구누구는 잘생겼다. 누구누구는 추저분하다. , 등등등. 민호는 이 모든 것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글레이드 내에서 그의 생활이란 것은 아주 단조롭기 때문이었다. 단조롭고도 위험스러웠다. 남보다 일찍 일어난다. 남보다 적게 먹는다. 남보다 많이 뛴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민호는 정량대로 먹지도 못했다. 처음 몇 번을 미로 안에서 토하고 나서, 민호는 적게 먹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녁에도 당연히 적게 먹는 것이 좋았다. 물론 글레이드 내에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민호는 저녁에도 적게 먹었다. 적게 먹어야 일찍 잠이 들고, 일찍 일어날 수가 있었다. 단조로움. 고통. 위험. 민호의 생활은 세 가지 단어로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민호는 늘 욕구불만에 시달렸다. 더 먹고 싶은 욕구, 더 자고 싶은 욕구, 또 어찌할 수 없는 성욕까지. 아이들은 이런 어쩔 수 없는 욕구들을 몸을 움직이면서, 씨름 따위를 하면서, 단조로운 일이나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면서 풀었다. 당연히 욕구들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글레이드에는 늘 위험스러운 에너지들이 가득 차있었다. 외모에 대한 품평도 어쩌면 그런 스트레스의 방출일지도 몰랐다. 다들 비슷한 심미안을 가졌다는 것 정도가 민호가 흥미를 가지는 점이었다. 외에는, , 별로.

 

 

그날은 좀 특별한 날이었다. 민호는 일찍 잠들지 못했다. 보름달이 환한 밤이었다. 구름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보며, 민호는 오늘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 하겠다라고 생각했다. 민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초저녁에 깜빡 졸았던 덕분에 오히려 정신은 더 생생했다. 주변은 고요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민호는 기지개를 켜며 글레이드 중앙으로 걸어갔다.

 

 

……민호?”

 

 

갤리였다. 갤리는 멍청한 얼굴로 한참이나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민호를 보고 알은 체를 했다. 환한 달빛 아래에서 본 갤리는, 너무 우습게도, 예뻤다. 기다란 속눈썹에 내리는 달빛은 마치 커튼 같았고, 환하게 빛나는 얼굴은 민호를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다. 이게 뭐지? 민호는 인상을 찌푸렸고, 갤리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관찰했다. 민호는 숨이 막히고, 또 가슴이 갑갑해졌다. 이게 대체 뭘까. 갤리를 바라보는 민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갤리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그는 심술궂고 매정한 편이었지만, 민호에게만은 호의적이었다.

 

 

자는 줄 알았는데.”

, 아까까지는 그랬지.”

 

 

민호는 얌전히 갤리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밤공기를 머금은 잔디는 차갑고 딱딱했다. 입 안이 텁텁하게 말라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들은 그다지 자주 마주치지 않는 편이었다. 아주 다른 파트에서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민호의 생각에는 그랬다. 뜀박질을 잘 못하는 둔한 몸. 갤리에 대한 민호의 평가는 그것이 다였다. ‘전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총평을 하자면 그랬다.

 

 

넌 안자고 뭐하고 있었는데?”

 

 

갤리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젓고, “그냥.”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하여간 좀 청승맞은 구석이 있었다. 갤리는. 갤리는 추위로 인해서 빨갛게 변한 코끝을 매만졌다. 갤리도 어색한 것이 틀림없었다. 갤리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이를 악물었다가, ‘딱딱소리를 냈다. 입안이 텁텁하게 말라왔다. 환한 달빛아래에서, 글레이드의 유일한 희망, 스타, 민호와 앉아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춥네.”

그러게.”

 

 

그리고 또 한참이나 대화가 없었다. 민호는 갤리 쪽으로 몸을 조금 더 붙였다. 정말 추웠기 때문이었다. 갤리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갤리는 진짜 못생겼지 않냐? 그 말이 왜 갑자기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민호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갤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듯 갤리는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우스꽝스럽게 구겨진 눈썹은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했고, 그의 주근깨는 이미 빨개진 얼굴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다.

 

 

갤리……, .”

으응?”

정말 이상하게 생겼다.”

 

 

그렇게 말하며 민호는 갤리의 오른뺨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놓았다. 핑크빛의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입술이 민호의 시야에 들어왔다. ‘민호는 손이 참 따뜻하다라고 생각한 지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민호의 차가운 코가 갤리의 코에 닿았다. 갤리는 그때서야 이상한 것을 느끼고 몸을 뒤로 뺐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민호의 입술이 갤리의 입술에 닿아왔다. . 하고 짧은 입맞춤 뒤에, 민호는 갤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남은 밤은 아직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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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용...

으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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