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8 (샘커트블레인)

from 2.5 2012. 9. 20. 23:15

1.


  "어린애처럼 굴지 마, 샘."
  "말도 안 되는 고집 부리고 있는 건 너야."


  샘이 굳어진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커트는 이미 깔끔하게 옷을 모두 갖춰 입은 상태였다. 넥타이만 빼고.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샘이 바닥에서 넥타이를 주워 올린 후, 커트에게 손짓했다. 커트는 새침한 표정으로 샘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위로 쳐든 채로 샘이 그에게 넥타이를 메어주길 기다렸다. 샘은 능숙하게 넥타이를 메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 긴 휴가동안 날 위해서 단 하루도 쓸 수 없어?"
  "말했잖아, 샘. 이건 그냥 휴가가 아니라 비즈니스 트립…"
  "그 망할 블레인하고?"
  "오. 샘. 제발. 그냥 일이야, 이건."


  샘은 말도 못하게 짜증스러운 얼굴로, 커트의 넥타이를 손에 쥔 채 침대 위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 덕에 중심을 잃은 커트도 덩달아서 샘의 위로 넘어졌다. 샘이 커트의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고, 커트는 살풋 웃었다. 샘은 커트를 제 품에 꼭 안았다.


  "널 보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일인 걸."
  "그 자식보다 내가 더 널 사랑하는 거 알지?"
  "샘. 키스해 줘."


  샘은 커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그에게 키스했다. 키스가 끝나고 커트는 여전히 샘의 위에 누워 그의 맨가슴을 쓸고 있었다. 샘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커트를 바라보았다. 커트는 모르는 척, 샘의 왼쪽 가슴에 키스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다녀올게."


  라고 말했다.



2.


  커트의 하얀 몸뚱이가, 새하얀 시트 위에서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밖은 아직 환했고, 햇빛이 흥분한 커트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블레인ㅡ 멈추지 마."


  숨을 헐떡거리며 커트가 블레인의 목을 껴안았다. 블레인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커트의 뺨에 키스했다. 커트가 어리광을 부리듯이 블레인의 목에 제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블레인은 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달래듯 그의 몸을 꼭 껴안았다.


  "곧 룸서비스가 올 거야."
  "하지만-"
  "바다도 좀 봐줘야 하지 않을까?"
  "…알았어."


  커트가 보란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껴입기 시작했다. 블레인이 그런 커트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그ㅡ 샘이란 애랑 1년 넘지 않았나?"
  "아니. 아직 1년은 안 됐어."
  "그ㅡ래?"


  비꼬는 듯한 말투에, 커트는 옷을 입다 말고 블레인을 돌아 봤다. 블레인은 침대에 엎드려 턱을 팔로 괴고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커트는 무언가 얘기할 듯 입술을 달싹 거리다가, 다시 돌아서 옷을 마저 껴입을 뿐이었다. 커트가 옷에 달린 단추란 단추를 다 잠갔을 때 쯤. 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침묵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3.


  샘은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었다. 커트가 집을 비운 지 4일 째였다. 샘은 그에게 여러 번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샘은 커트가 블레인과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전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었다. 전화를 한다고 해서 받을 커트가 아니었다. 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샘은 사람의 살이 그리웠다.



4.


  커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는 그날 저녁 이후 급속도로 어색해진 블레인과 일주일이 넘도록 일만 하다 온 상태였다. 느긋하게 즐기고 뭣도 없이 일만 하니 일정보다 며칠이나 빨리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들 사이는 곧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공기가 팽팽했다. 블레인은 너무 편하고, 그리고 커트를 아주 잘 알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숨이 막힐 때가 있었다. 이럴 때는 샘이 필요했다. 서툴고, 바보 같고, 그리고 사랑스러운.


  커트는 현관에서부터 나는 싸구려 향수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실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옷가지가 현관에서부터 침실까지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현관문이 저절로 닫히며, '쿵'하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커트는 뒤통수에 피가 몰리는 걸 느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트렁크를 아무데나 세워놓고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 문 앞에는 샘의 속옷과, 또 한 벌의 속옷이 내팽겨져 있었다.


  "샘?"


  커트의 코는 이미 향수 냄새로 마비가 된 상태였다. 그는 몹시 불쾌했다. 아니 그냥 당황스러웠다. 여기는 커트의 집이었고, 그의 연인인 샘과 같이 사는 곳이었다. 여자 속옷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을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침실의 문에 노크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샘?"


  조용했다. 그럴 만 했다. 이미 시간은 한밤중이었으니까. 커트는 방문 고리를 돌리며 섹스 하는 걸 정면으로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침대에는 웬 추녀 하나와 샘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심지어 샘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자고 있었다. 그녀는 드물게 하얀 피부였다. 싸구려 향수 냄새는 그녀의 것인 듯 했다. 커트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곱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이 창녀야."



5.


  샘은 처음엔, 아래층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단골 빵집에서 우연히 만나서, 어찌어찌 얘기를 하다 보니 침대 위였다. 커트의 침대 위에서 다른 여자와 자는 건 상당히 찜찜한 일이었지만, 샘은 사랑이 절실히 고팠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커트가 오기 전에 시트만 깔끔하게 빨아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샘은 그 다음 날은 시트를 맡기러 간 세탁소의 주인 아주머니와 잤고, 그 다음다음 날은 클럽에서 여자를 낚아왔고, 또 그 다음 날은 동네에서 가장 섹시한 은행 창구 직원을 꼬셨다. 


  그런 식이었다. 커트와 맞춰서 낸 휴가를, 샘은 그런 식으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를 몇 명이나 닥치는 대로 안아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매일 매일 조금씩 더 커트가 그리워질 뿐이었다. 남자를 안으면 괜찮을까 해서, 게이바에도 한 번 들러보았지만 금세 도망쳐 나왔다. 커트가 아닌 남자들은 그저 역겹고, 무서울 뿐이었다. 샘은 다른 여자를 안기 전에 커트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또 번번이 실패했다.


  "돈은 두 배로 줄게요."
  "진짜 당신 미친놈 아냐?"
  "세배면 되겠어요?"
  "지금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샘은 결국 집으로 창녀까지 부르게 되었는데, 그녀는 유난히 흰 피부에 보기 드문 미녀였다. 샘은 그녀에게 '애널 섹스'를 하자고 떼를 썼다. 그로서는 커트에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징징대는 것 외에, 거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샘은 도망가려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지갑에 있던 현금을 모두 꺼내 그녀에게 쥐어 주었다. 그녀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돈을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고 침대로 발을 옮겼다. 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6.


  "내 집에 여자를 끌어들였어?"
  "커트, 잠깐, 아… 이건 오해…"
  "오해라고!? 내 집에서, 내 침대에서, 여자랑 벌거벗고 누워있었는데 그게 오해라고!?"
  "잠깐만 커트, 진정해."
  "건들이지 마! 더러워!"
  "커트, 잠깐만 얘기를ㅡ"
  "얘기 같은 거 할 필요 없어. 당장 내 집에서 나가."
  "여긴 내 집이기도 해."
  "그래서 내 침대에서 다른 여자랑 잤다고?"
  "잠깐만.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그 커다란 주둥이 닥쳐."
  "너야말로 블레인과 뒹굴고 왔잖아?"
  "…뭐라구?"
  "날 여기서 쫓아내고 블레인에게 돌아가려고? 그렇겐 안 돼!"
  "…그건 너도 알고 시작한 거잖아?"
  "네가 가끔 침대 위에서 블레인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상상이나 가?"
  "내가, 너 때문에,"
  "넌 결국 질리지 않는 장난감이 필요한 거 아니야? 나도 많이 참았어!"
  "누구든지 상관없는 건 바로 너야, 샘! 내가 없는 사이에 대체 몇 명이나 끌어들인 건데?"
  "난 정말 널 사랑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난! 너 때문에! 블레인과 헤어질 생각까지 했다고! 그런데 넌, 씨발, 창녀를 내 침대에 끌어들였어!"
  "나 정말 외로웠다고! 잠깐, 잠깐만… 뭐라고?"
  "됐어. 다 끝난 얘기야. 너랑은 이제 끝이니까."
  "커트. 잠깐만."
  "끝이라고! 너랑은 끝이야!"



7.


  샘은 한숨을 쉬며 딱딱한 복도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복도 바닥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아마도 새벽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샘이 조금 전에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커트의 집에서 닥치는 대로 제 물건을 집어 나왔지만 작은 짐 가방 하나가 꽉 찰 뿐이었다. 그것이 꼭 커트에 대한 자신의 존재감인 것 같아서, 샘은 더 울적했다.


  집은 샘의 명의였지만 지출에 관해서는 커트가 모두 책임을 지고 있었고, 샘은 말하자면 기둥서방이랄까 얹혀사는 신세였다. 집은 어떻게 정리해야하지. 집을 처분할 생각을 하니 커트와의 이별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별의 슬픔과 충격보다는 현실이 더더욱 무겁게 샘을 짓눌렀다. 당장 오늘 잘 곳이 필요했다. 복도에서 이러고 있다가는 커트가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었다. 커트는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니까.


  그 때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등장한 것은. 샘은 한 눈에 그가 블레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연파마 같은 곱슬에, 진한 눈썹,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까지. 샘은 커트의 집 앞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자신이 더더욱 작게 느껴졌다. 여러모로 울적한 새벽이다.



8.


  커트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벨소리에 깜짝 놀라 소파에서 일어났다. 샘이 집을 나가고 2시간 반, 3시간 쯤 지난 것 같았다. 시계는 새벽 3시에 가까웠다. 누군가 집에 찾아오기는 부적절한 시간이었다. 커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샘이다. 분명 샘이야.


  커트는 샘이 무어라고 말해도 그를 집 안으로 한 발짝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벨소리가 또 한 번 요란하게 울렸다. 심호흡을 크게 한 커트가 문을 열었고, 거기는 뜻 밖에 블레인이 서 있었다. 커트의 얼굴은 실망으로 굳어졌다.


  "…이 집으로는 찾아오지 말라고 부탁했던 것 같은데."


   공공연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커트지만, 그 나름의 규칙은 있었다. 싸늘한 커트의 음성에, 블레인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커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거실이 엉망이었다. 뭔가 마구 널브러져 있고, 깨지고 부서진 것도 있었다. 커트가 그의 시선을 눈치 채고 몸으로 최대한 집 안의 살풍경을 가리려 애썼다.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아. 저기. 너한테 사과하려고."
  "꼭 지금 이 시간에 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
  "아니, 네 전화도 꺼져있고…"


  ㅡ정확히는, 커트의 전화기는 부서져 있었다.


  "휴가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네 얼굴을 보고 사과하고 싶었어."


  커트는 볼을 홀쭉하게 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블레인이 문 앞에서 쩔쩔 매는 걸 보고 있었다. 블레인의 등 뒤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가끔 커트는 무섭고 냉철한 구석이 있었다. 블레인에게도 예외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오히려 조금 더 차갑게 구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와. 엉망이지만."


  커트는 영 마뜩찮은 표정으로 블레인을 초대했고, 블레인은 즉각 그 초대에 응했다.



9.


  샘은 멍하니 낯선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벗고 있었고, 몸엔 여기저기 할퀸 상처가 나 있었다. 뺨은 퉁퉁 부어있었고, 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대낮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샘은 아픈 머리를 잡고 다시 침대 위로 엎어졌다. 온 몸이 혹사당한 것처럼 무거웠다.


  새벽에 우연찮게 아파트 앞에서 아래층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흥건히 취해있었고 샘은 그녀를 집까지 부축해주었다. 그녀가 술을 권했고 샘은 그녀의 집으로 들어왔고 그리고.

  섹스를 했다. 격하고 열정적으로. 


  "커트…"


  이제 난 어떻게 해.



10.


  블레인의 손이 커트가 느끼는 곳을 커트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구석구석 애무했다. 커트는 눈을 내리깐 채로 낮게 신음했다. 블레인과의 섹스는 격렬함이 없어도 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지루하지만. 커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극이 없다고. 언제나 평타잖아. 홈런이 없어.


  "-블레인?"
  "어, 왜?"
  "그만하자. 별로 그러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그들은 거실에서 쇼프로를 보는 중이었다. 블레인이 머쓱한 표정으로 커트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곧장 일어나서 부엌에서 물을 찾았다. 말려 올라간 티셔츠를 다시 내릴 생각도 안 하는 커트가, 지루한 표정으로 블레인에게 말했다.


  "내일은 나랑 부동산에라도 가보자."
  "ㅡ어? 어. 그럴 필요 없어. 회사 근처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너 그러면서 벌써 며칠 째 여기 있었잖아."


  냉기마저 느껴지는 커트의 말에 블레인은 빈정이 상했다. 샘이랑은 벌써 헤어진 걸 아는데 이 공간 안에 커트가 블레인을 여전히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 그로서는 조금 자존심 상하는 얘기였다.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는 변명으로 커트의 집에 눌러앉은 자신이 병신처럼 느껴졌다. 그는 너무나 커트를 원하는데, 커트는 자꾸만 거리를 재고 있었다. 그러길 벌써, 8년이었다.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블레인은 남은 자존심이라도 챙기자는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지내면서 알아서 할게."


  짐을 싸는 블레인을, 커트는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다.



11.


  무미건조하게 시간이 흘렀다. 휴가는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거실은 여전히 반쯤 어질러져 있었다. 커트는 청소를 하고 싶지 않았다. 깨끗하게 치워버리면 깨끗하게 치워진 샘의 빈자리가 보일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는 고팠고, 냉장고엔 물과 술뿐이었다.


  집을 어떻게 해야 하지.


  씻지도 않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채로 집을 나서며 커트는 생각했다. 많은 게 귀찮았다. 샘이 집에 있었다면 거실은 벌써 깨끗하게 치워져 있을 거고, 냉장고도 내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 차 있을 텐데. 씻기 귀찮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날 씻기고, 말리고. 여태까지 커트에게 그렇게까지 수발해 준 한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커트는 샘이 그 다른 남자들 보다 좀 더 그리웠다. 필요했다, 샘이.


  "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멍청한 표정을 한 trouty mouth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과일과 빵을 한 아름 들고 있었다. 깔끔한 차림새였고 그의 뒤에는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샘의 팔을 끌고 이제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잡아타려고 했다.


  커트는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샘을 붙잡았다. 그건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너 여기 있었어?"
  "저, 커트, 집은…"
  "집이 문제야? 또 살림을 차렸나 보구나, 너는!"
  "커트. 여긴 공공장소야. 너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네가 밤마다 내는 떡 찧는 소리보단 작을 거 같은데!"
  "커트. 진정하고 일단 자리를 옮기자."
  "넌 벌써 아무렇지 않구나?"
  "아니. 제발. 그건 오해야. 진정해."
  "정말 아무라도 상관없었어. 너는."
  "커트!"
  "남창 같은 새끼! 넌 그냥 박을 구멍만 있음 되는 거지! 난 그래도 널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내 꼬라지가 보여? 폐인이야! 그런데 넌…! 벌써 여자를 만난다고? 그것도 나랑 같은 아파트에서! 벌써 살림을 차리고!"


  샘은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었다. 블레인을, 너와 나의 집에 들여놨잖아, 너는. 블레인을. 너한테 난 대체 뭐야? 가정부? 섹스머신? 그것도 아니면 보모인가? 장난감? 샘은 아랫배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는 말을 제대로 뱉어내지 못했다. 그 말이, 화와 설움의 말들이 너무 많기도 했고, 커트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널 기다렸어! 화도 났지만! 이거 봐, 샘! 난 남자 하나에 묶여 사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집은 엉망이고! 막, 나도 엉망진창이야! 그 자리에서 널 용서해버렸어야 했다고 후회했어! 내가 그 창녀를 부둥켜안고 너랑 쓰리썸이라도 해야 했니?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미 많은 사람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샘은 들고 있던 빵과 과일이 가득한 종이봉투를 아래층 여자에게 넘겼다. 그리고 덤덤하게 커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냥 날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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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발 오그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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