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0 (시광동케)

from 3 2012. 9. 20. 23:07





임시완x황광희




  "옷이 왜 이렇게 구려!"



  광희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대기실 공기를 갈랐다. 시완은 그런 광희를 본체만체 넷북으로 인터넷 삼매경이었다. 제 분에 못이긴 광희가 저를 위해 준비된 의상을 시완 쪽으로 던져버렸다. 의상은 힘없이 시완의 넷북 앞으로 떨어진다. 시완이 약간의 짜증이 묻어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광희는 그 얼굴을 보고 '쫄지 않아' 세 번을 속으로 외쳤다.



  "옷 주름 져."
  "주름지는 거 싫으면 좀 이쁜 걸 가져오든가!"
  "…야."
  "뭐, 뭐."
  "이거 니가 죽고 못 사는 원빈님이 입으신 거거든? 존나 안 빌려준다는 거 간신히 얻어 왔구만."
  "내, 내가 원빈이냐!"



  광희의 외침에 시완이 결국 실소를 터뜨렸다. 광희는 얼굴이 벌게져서 씩씩대다가 '화장실 간다'는 말만 남기고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시완은 의상을 다시 곱게 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하여간 까탈은. 이쁘기만 하구만.


  광희는 아주 최근에 예능으로 유명해진 모델이었다. 하이톤에, 솔직하다 못해 발칙한 발언들, 거기에 화려한 모델 경력까지 플러스됐다. '입만 열면 깨는 모델'로 아주 유명해졌다. 하지만 입는 옷은 옷마다 완판이었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시완은 간혹 '이게 바로 연예인의 힘인가. 연예인 병 걸릴 만도 하네' 생각했다.


  시완은 광희가 유명해지기 훨씬 전, 모델 계에서 이제 얼굴 좀 알렸다 싶었을 때부터 같이 일을 했다. 스타일리스트고 매니저고 황광희에게 3개월 이상은 못 버틴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물론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워낙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까탈이 심한 떼쟁이라서 받아주는 인간이 거의 없었다. 받아주는 극소수의 인간 중의 하나가 바로 임시완. 광희와 벌써 5년이 넘게 일했다. 그 사이 숱한 매니저가 일을 관뒀고, 시완은 가끔 매니저 일까지 땜빵으로 해줘야 했다.



  그래도 황광희를 떠나지 못 하는 이유가 뭐냐하면


  쟤는 날 너무 좋아해서, 내가 떠나버리면 밤낮없이 울테니까



  였다.



  "울었어?"
  "내가 그런 걸로 왜 울어."



  광희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시완은 광희의 메이크업을 고쳐주며 '그래. 인터뷰 두개나 있는데 울고 그럼 못쓰지.' 하고 중얼거렸다. 광희는 너무 가까이 오지말라고 웅얼거릴 뿐이었다. 시완은 광희가 원하는 대로 몸을 약간 뒤로 뺀 채 메이크업 수정을 하고, 광희의 머리를 정리 했다.


  황광희는 임시완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면서도 지기는 싫어했다. 의상으로 실갱이를 벌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세 번에 두 번을 시완이 이겼고, 세 번에 한 번을 광희가 이겼다. 입고 나갈 의상을 모두 디스하고 사복을 입고 방송에 나갈 때 광희는 제일 뿌듯해 했다. 어린 애가 따로 없다니깐. 시완은 의상을 고분고분 갈아입는 광희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때? 괜찮아? 잘 맞아?"
  "이쁘네. 핏도 딱이고."
  "그래?"
  "어. 이뻐."


  
  광희가 헤죽 웃으며 시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어. 앞으로도 계속 개처럼 날 위해 일하도록 해, 의 의미가 담긴 쓰다듬이었다. 시완은 그러거나 말거나 광희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시완이 광희의 주변을 천천히 돌며 마지막으로 의상을 체크했다. 그런 다음 엉덩이를 팡, 때린다.



  잘 하고 와.

















김동준+김지엽




  거대한 함성과 함께 등장한 남자가 차분한 얼굴로 마운드 위에 섰다. 친구를 따라서 우연히 간 야구장이었다. 난 굳이 말하자면 야구팬이 아니라 축구팬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를 보면서, 야구를 좋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깨끗한 폼이 일품이었던 남자는, 몇 번 던지지도 못하고 마운드 위에서 내려왔다. 그날 경기는 그 남자가 속한 팀의 승리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케빈. 호주에서 왔다고 했다. 한국 이름은 김지엽. 난 그 이름을 듣고 케빈보다 훨씬 야구선수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잘 던지는 공은 빠른 직구. 변화구는 두개 정도. 케빈이 나올 때는 감독이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을 때. 아무리 지진아처럼 굴어도 질 수 없을 때 내보낸다고 했다. 물론 케빈은 그 어떤 지진아 짓도 하지 않았다. 관객의 환호성은 다 이긴 경기니까, 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도 난 야구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 하이."



  화장실 앞에서 우연찮게 케빈과 마주쳤다…기 보단 따라갔다가 밖에서 기다렸다. 그의 얼굴은 물로 젖어있었다. 그는 날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호주에서 왔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오, 오늘 멋졌어요."
  "…아, 네. 고마워요."



  미소를 띠고 있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에서 물이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난 차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바닥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정말로, 아 저는 축구팬인데요. 케빈 보고 반해서 야구팬 되려고… 아, 진짜로."
  "아. 아아."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분해보였다. 마운드 위에선 그렇게 차분했던 눈이,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감독님은, 저보고 욕심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거든요."



  저게 욕심 없는 사람 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즌 때는 내가 메인일 거니까."
  


  그는 눈이 없어질 정도로 활짝 웃어보였다.



  "그때까지 야구팬 하셔야 돼요."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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