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님 리퀘

from 2.5/메이즈러너 2014. 11. 28. 00:31

캐리님 리퀘 : 선생님 갤리에게 작업 거는 학생 뉴트.

 

 

진심은 아니겠지.

 

 

갤리. 저녁에 시간 있어요?”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아이작.”

아무튼 있냐고요.”

잔업이 많아서 불가능하겠는데. 아이작.”

 

 

갤리는 한숨을 내쉬며 보고 있던 시험지를 덮었다. 시험기간은 정말 끔찍했다. 시험지를 매기고, 점수를 주고, 성적을 입력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뉴트의 시험지는 엉망이었다. 어디서 보았는지 모르겠는 시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내 과목이 언제부터 문학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는걸. 갤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시들이 모두 사랑에 대한 시들이었지만, 갤리는 무시했다.

 

사랑에 빠져 시험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보낸 편지는 읽었어요?”

무슨 편지.”

시험지요.”

 

 

나 좀 로맨틱한 듯. 이란 말을 뉴트의 얼굴에서, 갤리는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편지라. 그 표현 자체는, , 조금 시적인 것 같기도 하고. 갤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뉴트가 인상을 찌푸린다. 여자아이들-혹은 남자아이들-이 껌뻑 넘어가는 예쁜 얼굴은, 찌그러져도 여전히 예쁘다. 십대 소년에게 금단의 사랑은 멋져 보이는 법이지.

 

 

넌 아마 D를 받을 거 같더구나. 아주 엉망이던걸.”

내 시에 대한 점수가 그것밖에 안돼요? 여자애들은 좋아 죽던데.”

미안하지만 내 과목은 화학이거든.”

화학 선생님이라고 시를 모르는 건 아니죠.”

그렇다고 시험지에 그걸 적어도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아니지.”

 

 

갤리는 솔직한 말로 이제 그만 뉴트가 꺼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명이라도 더 점수를 매겨야 내일 할 일이 줄어들 것이었다. 난 맘 편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그런 다음 강아지 토마스를 껴안고, TV쇼를 보고, 맥주를 마시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잠들고 싶단 말이야. 뉴트는 문가에서 갤리의 책상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안타깝게도, 이 어린양은 그다지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저녁 사주려고 카드도 받아왔는데.”

 

 

뉴트가 코트 주머니에서 황금색 카드를 삐죽 꺼내보였다. 이런 것이 전혀 멋있지 않다는 걸, 뉴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갤리는 어린애가 싫었다. 제멋대로에, 말도 듣지 않고, 늘 자기만 생각하니까. 자신만이 가득한 우주 속으로, 갤리는 끌려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피곤해. 갤리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피곤해요?”

그래. 누구 덕분에.”

내가 당신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멋지네요.”

 

 

말을 말자. 그냥 말을 말자. 갤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방을 챙겼다. 아무래도 잔업은 집에 가서 해야 할 듯 싶었다. 가방을 챙기는 갤리를 보자, 뉴트는 금세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왠지 엉덩이 뒤에 꼬리가 보이는 것 같은데. 갤리가 눈썹을 찡그렸다. 뉴트의 별명이 얼음 심장이라든가, 얼음 왕자였든가 그런 거 아니었나. 얼핏 여자애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갤리가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저녁에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꼬맹아.”

리트리버 토마스와요?”

젠장. 아냐. 사람이야.”

흐음.”

 

 

패턴을 간파당한 갤리가 불쾌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내가 꼬박꼬박 이 의미 없는 질문에 대답해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점점. 뉴트는 그저 싱글싱글 웃을 뿐이었다. 짐을 전부 챙긴 갤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서 뉴트를 쳐다보았다. 뉴트는 심지어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갤리가 자신을 피해 교실을 나가려고 할 때마다, 걸음을 옮겨 그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대체 뭐 하자는 건데?”

연애요.”

니가 좋다고 졸졸 쫓아다니는 수많은 여자애들이 있지 않니, 아이작?”

걔들은 시시하다고요.”

……나야말로 시시함의 절정인데.”

 

 

할 말을 잃었는지 뉴트는 잠시 양팔을 올렸다가 웃음을 흘렸다. 그 틈을 타 갤리가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해보았지만, 뉴트는 포기하지 않고 갤리에게 따라붙었다. 끈질긴데다가 짜증스러웠다. 너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많은 소녀 팬들이 떨어져나갈 텐데. 갤리는 진심으로 자신의 강아지 토마스가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 보드라운 털, 높은 체온, 쉴 새 없이 흔들리며 자신을 반기는 꼬리, 심지어는 개가 얼굴을 핥아서 묻는 침까지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요.”

문제는 네가 다음 주에 재시험을 본다는 것뿐이지.”

내가 왜 싫은데요?”

어리니까.”

나이가 그렇게 중요해요?”

나이 얘기가 아니란 걸 너도 알 텐데. 아이작 도련님.”

 

 

갤리는 신물이 났다. 뉴트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갤리는 너무 답답해서 가슴이라도 꽝꽝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쁜 얼굴로 노려보지 마. 솔직히 말해서, 뉴트의 얼굴은 완전히 완벽하게 100퍼센트 갤리의 취향이었다. 그런 얼굴이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자신을 노려보는 것은, 상당히 견디기 힘든 것이었단 말이다. 그래, 수업을 하다 가끔 아주 넋을 놓고 너를 쳐다볼 때도 있었지. 그러다가 가끔 눈이 마주칠 때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호칭이 그렇게 중요해?”

그래, 중요해. 갤리. 중요하다고.”

 

 

뉴트가 갤리의 멱살을 잡았다. 모진 말을 내뱉던 못난 입술을 다른 입술로 덮어버린다. 뉴트는 기를 쓰고 갤리를 잡아당겼다. 끌어당겼다. 끌어내렸다. 갤리가 엉거주춤 그의 키스를 받아내는 사이, 그의 기분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다. 도망가지 좀 말아요. 뉴트는 그렇게 속삭이며 갤리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갤리가 목숨 줄처럼 쥐고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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