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띵띵 부었다. 커트는 잔뜩 부어오른 볼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창피해서 학교에 어떻게 간담. 아픈 것보다는 창피함이 우선이었고, 그 이전에 버트가 문제였다. 커트는 치과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꼴을 보고도 병원에 가지 않을 버트가 아니라는 걸 커트는 잘 알고 있었다. 커트는 절망감을 느끼며 들고 있던 손거울을 내려놓았다. 욕실에 들어온 지 이래저래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은 거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버트였다. 커트는 영원히 이곳에 숨어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어코 버트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얘야, 무슨 일 있는 거냐!
아ㅡ니요! 나가요!
커트는 눈을 질끈 감고 욕실 문을 열었다. 버트가 커트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더니 조용히 한마디 했다.
너, 치과에 가야겠구나.
*
버트가 커트를 병원 앞에 내려주며 신신당부했다. 도망치거나 하면 다음 달 용돈은 없는 줄 알아라. 커트는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커트는 멀어지는 아빠의 차를 한참 노려보다가 병원 쪽으로 몸을 틀었다. 으으. 나 지금 긴장감으로 죽어버릴 지도 몰라. 진짜 병원 같은 거 딱 질색인데. 특히 치과는 더.
커트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를 혐오했다. 코가 예민한 아이이기도 했거니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병원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치과를 더 싫어하는 이유는, 모두가 그렇듯이 소리가 정말 끔찍하니까. 냄새에 소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긴장감으로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커트 험멜씨?"
개인병원 치고 넓은 실내에는, 이상하게 사람이 없었다. 점심시간 치곤 이른데. 커트는 고개를 갸웃, 했다. 그날이 병원의 정기 휴일이라는 것을 그는 아주아주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어쨌든 드릴 소리 같은 게 없으니까 좋긴 했다. 커트는 심호흡을 2회 한 후 진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반반하게 생긴 의사가 앉아있었다. 커트는 조금,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꼈다. 이 잘생긴 의사에게는 입 안을 조금 보여줘도 좋을 것 같았다.
"음… 커트 험멜씨?"
"네, 네에."
의사의 얼굴은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목쯤을 노려보던 커트가 멍청하게 대답했다. 의사는 온화하게 웃으며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삐걱삐걱. 소리가 날 정도로 뻣뻣하게 치과에서 쓰는 괴상한 -의자인지 수술대인지 모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제 꼴이 우스운 걸 알았지만, 커트는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의사는 여전히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커트는 암도 치료할 미소라고 생각하며 발을 까닥거렸다.
"어디가 문제시죠, 커트 험멜씨?"
"아, 아, 그러니까. 오른쪽 아래 잇몸이 아픈데."
"어디 좀 봅시다."
커트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크게 벌렸다. 의사는 커트의 머리 위쪽에 있던 라이트를 켜더니, 그의 입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확인을 하듯, 커트의 부은 잇몸을 장갑을 낀 손끝으로 꾹 찔렀다. 커트는 하마터면 그의 손가락을 깨물 뻔했다.
"여긴가요?"
커트가 머리가 떨어질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제야 커트의 입 안에서 손을 뺐다. 의사가 상냥한 미소를 생긋, 얼굴에 걸쳤다. 커트는 그에게 약간 불신이 싹트는 걸 느꼈다. 이상한 의사야. 커트가 그를 잔뜩 노려보았다. 그는 프로페셔널한 얼굴로 말했다.
"사랑니 때문이네요."
"사, 사랑니요?"
"네. 아직 다 난 건 아니고. 그런데 이가 좀 누워있는 것 같아서, 살을 찢어야겠네요."
그는 '찢어'에 유독 발음을 강조하며 커트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커트는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의사가 커트의 배를 토닥여주며 의자의 등 받침을 기계로 조절해 뒤로 눕혔다. 커트는 배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렸다. 무서워. 의사가 이를 드러내며 생긋 웃었다. 가지런하고 예쁜 치아였다. 커트도 약간이나마 웃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시간도 없는데 바로 뽑는 게 좋겠죠?"
그는 이번엔 '뽑는'에 악센트를 줬다. 그는 능숙하게 커트의 가슴팍에 턱받이를 걸쳐주고, 그곳을 토닥였다. 머리 위에서는 여전히 하얀색 라이트가 강렬하게 쬐고 있었고, 커트는 제법 '수술'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 제기랄 세상에. 그리고 2초 뒤 자신의 생각을 철회했다. '수술'이라는 단어 덕분에 1.5배 정도 더 무서워진 것 같았다. 커트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마스크를 올려 쓰며 주사기를 커트에게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아- 하세요-'란 소리에 커트는 의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얗고 작은 두 손이 제 손에 감기는 것을 보며, 그가 눈썹을 으쓱했다.
"수면 마취하면 안 될까요? 굳이 주사를 쓸 필요가ㅡ"
마취 주사가 이를 뽑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소리를 머세이디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커트는 필사적이었다. 의사가 고개를 까닥이며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커트는 참으로 미소가 가지각색이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렸다. 그는 여전히 의사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금 아픈 걸 좋아하거든."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마취주사를 내려놓았다. 커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
미약한 통증과 함께 깨어난 커트는, 이상한 기운에 다리를 움츠렸다. 몽롱한 정신으로도 뭔가 몸을 더듬고 있다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커트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의사 선생님의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이 보였다. 지익.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순식간에 커트의 아래가 휑 해졌다. 그는 노골적으로 커트의 페니스를 만지고 있었다.
"…뭐하는 거예요!"
"쉿."
오랜만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 즉 제시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커트는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살면서 미친놈을 여럿 봤지만 이런 미친놈은 난생 처음이었다. 커트는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가끔 그런 환자가 있어. 마취 상태에, 미약한 통증을 느끼면서 발기하는 경우가…"
"그건 당신이 만져서 그런 거잖아요!"
여전히 노골적으로 자신을 더듬는 제시의 손을 가리키며 커트가 소리쳤다. 제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창피해할 것 없어."
그가 은밀하게 커트의 귓가에 속삭였다.
"선생님은 입 안만큼 이쪽 사정도 잘 알고 있거든."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몸을 일으키던 커트는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제시가 능숙한 솜씨로 커트의 기둥을 비벼댔기 때문이었다. 커트의 입에서 새된 신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제시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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