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쟈마께 드리는 민갤

 

 

 

저기요. 불 좀 빌려주시겠어요?”

 

 

아직 채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였다. 얇고, 높고, 이상한 목소리로, 소년은 이상하리마치 정중하게 불을 빌려 달라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생의 몇 되지 않는 즐거움인 담배와 함께 말이다. 나는 소년을 살피며 담배를 길게 빨았다. 키가 크다. 머리는 동그랗고. 주근깨도 있네. 소년은 추운지 빨갛게 변한 코를 한번 크게 쿨쩍였다.

 

 

……. 영어를 못하나?”

 

 

소년은 인상을 찡그린 채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새파랗게 어린 것이 담배는. 나는 우선 더 두고 보기로 했다. 담배가 타들어간다. 부쩍 짧아진 담배를 쳐다보며, 소년은 초조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새빨간 손끝에는 구겨진 담뱃갑이 쥐어져 있었다. 소년은 담뱃갑을 들어 보이더니,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다. 눈썹을 들썩거리며,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꼴로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너 몇 살이야?”

 

 

나는 새 담배를 꺼내면서 소년에게 물었다. 가로등을 등지고 있던 소년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덩치 큰 남자가, 어두컴컴한 얼굴을 하고 이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것도 밤중에.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길게 빤다. 소년의 눈에는 부러움이 뚝뚝 흘렀다.

 

 

그냥 한 번만 빌려줘요.”

내가 왜? 갚기라도 할 거야?”

 

 

내가 그렇게 나오자 소년은 말문이 탁 막힌 듯 거북한 얼굴이 되었다. 못생긴 얼굴이 더더욱 못나진다. 나는 몇 초간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몇 살일까? 열일곱? 열여덟? ……열여섯? 나는 약간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서양인이 아무리 발육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애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몸을 약간 훑어보았다. 키와 덩치는 크지만, 동그란 주먹하며, 축 쳐진 어깨가 근육이나 헬스와는 거리가 먼 듯싶었다. 설마하니 흉기를 가지고 있을 거 같지는 않고.

 

 

……갚을게요!”

 

 

한참 뒤에 터져 나온 소리는 그것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들었던 것 중 가장 멍청한 소리라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상대는 민망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학. 아학. 아하하. 나는 담배를 손에 쥐고 토하듯이 웃어댔다. 소년은 멀뚱하게 서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장초는 어느새 꽁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담배를 별로 태우지 못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좋아.”

 

 

네 폐 건강 따위야 내 알바가 아니지. 나는 라이터를 꺼냈다. 소년은 라이터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나는 손에 라이터를 꼭 쥐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소년에게, 나는 그의 손으로 턱짓을 했다. 금세 나의 신호를 알아차린 소년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얘는 어디든 둥글게 생겼구나. 나는 그의 턱을 쳐다보며 라이터 불을 올렸다. 소년의 볼이 패인다. 담배에 불이 붙는다.

 

 

그래서. 어떻게 갚을 건데?”

 

 

소년이 눈썹을 구겼다. 나는 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섰다. 어쩔 거냐고. 소년은 나를 내려다보며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볼이 다시 푹 패인다. 그는 짧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는 담배를 주머니에 쑤셔놓고, 입에 다시 담배를 물고, 다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불 떨어지면 전화해요.”

.”

언제든지 갈 테니까.”

.”

 

 

나는 소년이 건네는 핸드폰을 받아 내 번호를 찍었다. 소년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핸드폰을 돌려받은 소년이 [담뱃불]이라고 입력을 하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궁금한 눈치다. 나이? 이름? 직업? 연봉? 여자 취향? 뭐가 궁금한 걸까. 소년은 고민하다가 그대로 이름을 저장시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삐리리릭.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촌스럽고 무미건조하다. 지난주에 헤어진 여자 친구가 멋대로 바꿔놓았던 벨소리가 듣기 싫어서 고르고 고르다가 선택한 벨소리였다. 소년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약간 민망해졌다.

 

 

내 이름은 갤리예요.”

나도 [담뱃불]이라고 저장하려고 했는데.”

……전화해요. 라이터 떨어지면.”

 

 

나는 그의 말대로 순순히 [갤리]라고 입력시켰다. 갤리는 담배를 입에 물고 뒤로 슬금슬금 걸음을 옮긴다. 설렁설렁. 저게 깡패인지 학생인지 모를 모양으로. 나는 새 담배를 꺼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한다. 나는 민호야. 민호. 박민호. 갤리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린다.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름 따위야, 사실 어떻든 관계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번에 바꿔줘도 되고. 나는 갤리가 가는 길을 피해 먼 길로 돌아갔다. 그가 가는 방향이 집으로 가는 방향이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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