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전력 - 민호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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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1:02

 

 

집에 가고 싶어.”

 

갤리가 말했다. 작고 마른 몸은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더 작고 볼품없어 보였다. 갤리보다 한 달 앞서 미로에 떨어진 민호가 그의 주위를 서성거렸다. ‘글레이드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이 던져준 비상식량과 의료용품이 다였다. 민호도 말하고 싶었다. 갤리에게. “이럴 거면 집에 가.”라고.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니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갑갑했다.

뉴트와 알비는 미로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떠났다. 어차피 멀리까지 나가보지도 못할 것이다. 그들은 벌써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었다. 한 명은 을 지키고-그래봐야 정말 쓰러지기 직전의 헛간 수준이었다.-, 둘은 페어를 만들어서 미로에 나가본다. 당번은 매일 바뀌었다. 룰은 단순하고 또 강제적이었다. 민호는 그 편이 쉬워서 좋다고 생각했다. 울고 있는 어린 아이를 지키는 것보다는 그 쪽이 훨씬.

 

언제까지 울 건데?”

 

갤리가 크게 코를 훌쩍거렸다. 그가 미로에 떨어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갤리는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않고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미로에 나가서 나가는 길을 찾아봐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긴 이 상태로 나가봐야 짐만 될 것이다. 민호는 비상식량이 들어있는 꾸러미를 뒤적거렸다. 애가 좋아할 만한 게 있다면 좋겠지만-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것 말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바 모양으로 된 퍼석퍼석하고 맛없는 탄수화물 덩어리뿐이었다. 민호도 슬슬 그 맛에 질리는 참이었다.

 

좀 먹든가.”

싫어.”

그럼 굶어 뒤지든지.”

 

갤리가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시간이 좀 멀었지만-사실 시간이 어떤지는 감으로밖에 알 수 없었다.- 점심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느낀 민호가 바 하나를 까서 입으로 쑤셔 넣었다. 쩝쩝. 표정 없이 탄수화물 덩어리를 씹는 민호를 갤리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꼬르륵. 갤리의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진짜 안 먹어?”

, 안 먹는다고!”

 

갤리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서는 자기 팔뚝 안에 고개를 푹 묻어버렸다. 창피해. 죽고 싶어. 집에 갈래.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민호는 한숨이 나왔다. 알비와 뉴트가 돌아오려면 아직도 2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허리에 매고 간 끈이 입구에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보였다. 조금 있으면 끈이 팽팽 하게 당겨지면서 그들에게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을 알려줄 것이다. 민호는 갤리를 쳐다보았다. 원래 잘 안쳐먹는 성격인가. 민호는 한 번 더 권해보려다가 그냥 말았다. 민호는 갤리와 이야기 해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사실은, 조금 어색해서.

 

……넌 아무렇지도 않아?”

 

갤리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그가 작은 소리로 민호의 등을 보고 웅얼거렸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있나. 저 병신이. 민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울한 회색. 여긴 날씨가 늘 좆같다. 맑은 날이 별로 없다. 숨이 막힌다. 민호의 적응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왠지, 이 기억이 시작되기 전에도, 어딘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해야하는 기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설마 나 고아였을까. 민호는 별로 집이 그립지 않았다. 지금 이 문제에 집중해야하니까. 감상 같은 것은 사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집이 어딘지 기억이나 나? 민호는 그렇게 물으려다가 꾹 눌러 넣었다. 방금까지 울었던 아이를 또 울리고 싶지는 않았다. 달래주기도 힘들고. 뉴트와 알비가 돌아왔을 때 갤리가 또 울고 있다면. 아마 무척이나 골치 아파 할지도 모른다. 밤중에 미로로 쫓아버릴지도 모르고. 사실 엄청 짜증나니까.

 

이제 여기가 집이야.”

 

민호는 손에 들고 있던 에너지 바를 갤리에게 던졌다. 갤리는 주춤하더니 그것을 쉽게 잡아챘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흉하긴. 민호가 코로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먹고. 좀 자.”

 

갤리는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더니 코를 훌쩍 거리면서 민호가 준 것을 씹어 먹었다. 맛없어. 버석버석하고 목이 말랐다. 갤리는 이 맛이, 이 좆같은 맛이, 새 인생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를 나가고 나서도 아마 이 좆같은 맛은 잊어버리지 못하리라. 다른 기억도 좀 나면 좋으련만. 갤리는 멍한 머리로 민호를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공기는 축축하고 차가웠으며 잠을 자기에 더 없이 나쁜 날씨였다. 민호는 잠든 갤리를 가만히 내려 보다가 흙먼지가 묻지 않은 담요를 찾아와서 그에게 덮어주었다. 작고 볼품없는 몸은 금세 담요에 가려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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