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임) 연하남조각

from 2.5/앗임 2013. 8. 31. 10:22




  "아저씨." 


  아서의 무심한 목소리가 임스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점심을 먹고 잠시 졸고 있던 임스는 정신없는 얼굴로 아서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했어?"라고 물을 틈도 없이 임스의 코앞에 불쑥 머그잔이 들이밀어졌다. 연한 커피향이 임스의 코끝을 자극했다. 임스는 잠이 덜 깼는지, 멍하니 머그를 잡고 있는 아서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서는 옅은 한숨을 쉬더니 


  "설탕 2개에 우유 약간. 맞죠?" 


  라고 물어왔다. 아서는 또 한마디 덧붙이려고 입술을 달싹 거리다가, 임스가 얌전히 머그를 받아들자 이내 꾹 다물어 버렸다. 임스는 아마 아서가 말하고 싶었던 단어가 '아저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서는 임스의 정확한 나이를 알게 된 후 임스를 간혹 '아저씨'라고 불렀다. 임스는 아마 그 단어가 아서의 발정을 일러주는 지표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아마 방금 아서는 임스에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을 것이다. 발끝에 힘을 꾹 줘 가면서 말이다. 

  아서는 자연스럽게 임스의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리고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임스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임스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마셨다. '뭔가 탄 건 아니겠지'하는 어이없는 농을 속으로 던지면서. 아서가 구두를 신은 발끝으로 임스의 의자 다리를 톡 찼다. 임스는 움츠렸던 목을 빼고 아서를 흘끔 쳐다보았다. 


  "아저씨." 
  "왜." 
  "이혼 서류에 도장은 찍었어요?" 
  "아직." 


  임스는 4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약 10개월 전에 말이다. 임스는 아서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보채는 것이 좋았다. 아서가 만약 임스에 대해 조사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이미 10개월 전에 합의 이혼을 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정말 모르는 건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서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로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임스는 커피를 마시는 척 하면서, 그런 아서를 훔쳐보았다. 


  "키스하죠." 
  "뭐라고?" 
  "커피 값이요." 


  아서는 덤덤하게 얘기하면서 고개를 숙여 임스에게 입 맞췄다. 임스는 머그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어설픈 모양으로 그의 키스를 받아주었다. 아서는 제 머그는 옆 책상에 살포시 놓아두고 임스의 볼과 턱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제 입술을 임스의 그것에 뭉개었다. 임스는 점점 더 짙어지는 스킨십에 아서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아직 머그에 반 이상 남은 뜨거운 커피를 그에게 쏟을 것만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서의 손이 임스의 턱 선을 타고 그의 귀를 살며시 어루만졌고, 임스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간질거리듯 임스의 귀를 만져대던 아서의 손은 임스의 목으로, 어깨로, 또 가슴으로 조금씩 내려갔다. 임스는 아서에게 몸을 맡기며 멍하니 생각했다. 이 10년이나 어린 남자가 제게 목을 매고 있다고 하면, 전 부인이 과연 뭐라고 할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짧은 감상은 곧 임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아서의 손이 살금살금 임스의 셔츠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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