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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차!) 현우백건 조각

뽕삼 2014. 9. 6. 23:47

현우x백건

 

 

공자는 정숙하지 못하군요.”

 

 

건은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검은 바탕에 화려한 무늬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남자가, 건을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백호의 수련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건은 눈에 날을 세우고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남자는 뒷짐을 지고서 건에게 한 발짝도 다가오지 않았다. 멀찍이 서서 그림을 감상하듯 그를 훑을 뿐이다.

 

 

상놈도 아니고 가슴을 드러내다니요.”

……뭐야, 미친놈인가?”

 

 

남자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건은 태어나서 희롱을 당해본 일이 없었다. 남자인데다가(매우 성차별적인 발언이지만 어쨌거나 그랬다.), 보통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구였으며, 사납고 지랄 맞았기 때문이다. 건은 자신이 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몇 초간 제대로 인식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이제 입가를 씰룩거리며 웃고 있었다.

 

 

, 감춰도 감춰지지도 않겠습니다만.”

 

 

백건이 남자에게 달려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남자는 한 발짝 물러나며 한손으로 건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러나 건이 다른 쪽 손으로 그의 복부를 강타했고, 남자가 주춤 물러났다. 인상을 쓰고 옆구리를 잡는 것을 보아하니 꽤 아픈 모양이었다. 남자는 기침을 하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역시 정숙하지 못하네요. 지아비에게 먼저 달려드는 꼴이…….”

그 입, 못 닥쳐!?”

 

 

그러나 이번에는 건보다는 남자의 행동이 빨랐다. 남자는 건의 뒤를 노려 그에게 다리를 걸었다. 앞으로 달려 나가던 건이 나가떨어진 것은 당연했다. 건은 인정사정없이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겨우 낙법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은 밧줄이 건의 몸을 칭칭 감았다. 남자는 오만한 눈으로 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친놈이! 이거 안 놔!?”

지아비에게 미친놈이라뇨.”

지아비는 미친! 이거 놓으라고!!”

 

 

건이 몸부림치면 몸부림칠수록 밧줄은 건의 몸을 바짝 조여 왔다. 주술이 걸려있는 밧줄인 모양이었다. 건이 분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남자를 흘겨보았다. 건은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남자는 건의 노란 눈동자가 그저 맘에 들었다. 저를 올려다보니 한층 예쁜 색으로 빛이 났다. 마치 잘 익은 호박 같았다. 남자는 그 눈이 제법 구미가 당긴다고 생각했다.

 

 

신부를 이렇게 거친 방법으로 데리고 가게 될 줄은 몰랐군요.”

……그거 농담이지?”

여태 농담으로 들으셨나보군요?”

 

 

남자는 냉랭한 얼굴로 건을 어깨에 들쳐 멨다. 제법 묵직한 무게감이 남자의 어깨를 눌렀다. 그도 그럴 것이, 건은 정말로 덩치가 컸으며(사실 남자보다도 큰 편이었다.) 끊임없이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건을 잠시 기절시키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과격해도 너무 과격한 방법이었다. (남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건과 남자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의 부하들이 주르륵 그들의 뒤를 따랐다. 검은 양복들이 일렬로 움직이는 것이 제법 볼만 했다. 남자는 건을 부하들에게 맡길까도 생각했다. 아무래도 건은 오랜 시간 들쳐 업기에는 많이 무거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곧 신부가 될 사람을 다른 남자의 손에 맡기기도 어려운 지라, 남자는 쭉 자신이 어깨에 매고 가기로 결정했다. 얼른 그의 부모에게 데려가 결혼 허락을 맡을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