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쓰기 해시

from 2.5/메이즈러너 2015. 11. 21. 00:27

단문 쓰기 해시

 

 

폴님 - 뉴갤/휴가

 

회사가 없어졌다. 갤리는 멍청한 얼굴로 저의 작고 자질구레한 짐이 들어있는 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그러니까……. 부도가 났다고 한다. 아마도 갤리의 휴가동안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갤리 같은 사람들(갤리의 전 직장 동료들)을 이미 몇 명 만났는지, 갤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월급은…… 못 받은 게 없었나? 이런 것도 신고가…… 가능한가?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갤리는 택시를 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버스에 그대로 올라탔다가 박스를 엎어뜨렸다. 연필이나, 화이트라든지, 가위라든지…… 자질구레한 오피스 용품들이 버스 바닥을 굴러다녔다.

갤리는 이제 헛웃음이 나려고 했다. 농담이지, 이거? 갤리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물건들을 줍기 시작했다. 차라리 다 버릴걸 그랬다. 몇 정거장이 지나지 않아 갤리는 허둥지둥 버스에서 내렸다. 다 챙겼는지도 모르겠다. 화가 났다. 무작정 걷다가 길가에 있는 쓰레기통에 박스를 처박아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는 발을 구르다가 풀린 구두끈을 밟고 넘어지기까지 했다.

 

저기요. 괜찮아요?”

 

그때였다. 요정 같은 남자가 갤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도닽님 - 연필깎이

 

스걱서걱. 연필 살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걱서걱. 토마스는 매일 아침마다 무슨 의식이라도 하듯이 연필을 깎았다. 워낙에 소문난 또라이였기 때문에 -심지어 그는 성실하기까지 했다.- 아무도 그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갤리는 그를 매일 관찰했다. 토마스는, 하루 중에 이 일과를 할 때에 가장 눈을 빛냈다. (갤리는 그것을 미친 또라이 같다.”라고 기록하고는 했다. 그랬다. 갤리의 일은 그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할 것. 일에 대한 지침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갤리.”

 

갤리는 노트에 코를 박고 그의 또라이스러움에 대해 기록하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직 연구실은 번잡하지 않았다. 토마스는, 무척 일찍부터 나와 이 신성한 연필 깎기의식을 치르고는 했던 것이다. 고개를 든 갤리의 눈앞에 날카롭게 빛나는 연필심이 보였다. 토마스는 아침인사를 하듯이 말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난 여기를 곧 탈출할거예요.”

 

갤리는 거기에 연필이 쓰일 것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콩님 - 갤톰/빙하기

 

인간은 아마도 빙하기를 견뎌낸정보가 들어있는 유전자를 가진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나뉠 것이다. 인류는 놀랍게도 이 유전자를 가진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후자를 집토끼같은 것이라고-빙하기를 버티는 데에는 집토끼가 더 유리할 지도 모르지만.- 이해했다. 갤리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있는 내에 빙하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커다란 집토끼였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남은 생에 겪게 될 질병들을 거의 모두 알 수 있었다. “집토끼들은 잔병치레가 훨씬 많았으므로 백신도 많이 맞아야했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다. 갤리는 이것이 사회적인 편견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주기적으로 그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 보건연구실에서 사람이 올 때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조금 따끔합니다.”

 

이렇게 발전한 주제에 왜 아직도 피는 바늘로 뽑는 걸까. 갤리는 침울해졌다. 늘 오던 늙은 아줌마가 아니었다. 오늘은 젊은 청년이 갤리의 피를 채집하러 왔다.

 

갤리씨는 중요한 샘플이에요. 믹스니까.”

 

남자가 차분하지만 즐거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새로운 데이터를 기대해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빛나는 눈이 예뻤다. 총총히 별이 박힌 밤하늘 같은 눈이었다. 집에 갇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갤리는 아마 천체학자가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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