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톰] 갤리전력 60(주제 : 휴가)

11:35-12:22

 

휴가 첫날 저녁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토마스는 악천후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설마 설마 했었다. 언제부터 기다렸던 여행인데. 호텔이고 뭐고 전화로 다 취소를 하고 나서야 토마스는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행운의 여신이란 것은 적어도 토마스에게는 없는 모양이었다. 평소에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어서, 토마스는 소파에 모로 누워 하루를 몽땅 까먹었다.

꼬르륵. 그러고 보니 한 끼도 먹지 않았던 것 같다. 토마스는 비척비척 일어나 냉장고를 살펴보았다. 최근 무리해서 야근을 했던 탓에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토마토와 양상추뿐이었다. 심지어는 그 흔한 계란도 한 알 보이지 않았다. 날씨는 여전히 엄청 났다. 태풍이 온 것은 아닐까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비와 바람이었다. 토마스는 머리를 잔뜩 헝클였다. 기름이 낀 머리는 토마스가 헝클인 대로 모양을 잡는다.

그는 결국 배달 전단지를 뒤적거렸다. 도저히 어딘가 나갈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사실 나갈 수 있는 날씨가 아니라면 누군가 배달을 올 날씨도 아닐 테지만, 토마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팁을 좀 많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페퍼로니 피자 한판이요. 라지로.”

 

심지어 그는 배달되나요?” 따위의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잠깐 침묵이 생겼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옅은 한숨을 쉬고 토마스에게 주소를 물었다. 토마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에게 주소를 불러주었고, 전화를 끊었다. 당연히 그 정도 현금이야 지갑에 있겠지…… 싶어서. 토마스는 설레는 마음으로 피자를 기다렸다. 생각해보니 그 배달원 목소리도 좋았던 거 같은데.

 

……. 바트도 받나요?”

……하아.”

 

피자는 1시간이 지나서야 토마스의 집에 도착했지만, 토마스는 배달원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지갑에 환전한 태국 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카드는…….”하고 토마스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배달원은 축축하게 젖은 짧은 머리를 마구 문지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우스꽝스럽게 직각의 눈썹을 찌푸리더니 거의 이를 악물고선 미리 얘기를 하셨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욕을 잔뜩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죠……?”

 

비는 여전히 지랄 맞게 내리고 있었다. 배달원, 갤리는 한숨을 푹 쉬더니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토마스에게 내밀었다. 토마스는 그를 잠시 올려다보았다. 그는 콧구멍을 크게 늘리고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찍으라고요. 전화번호.”

, 내일 드리면…….”

, 그러니까 찍으라고.”

 

남자는 덩치가 크고, 인상이 무서웠다. 토마스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그가 내민 핸드폰에 번호를 찍었다. 갤리가 그의 손에서 다시 자신의 핸드폰을 낚아채고는 뭐라 인사도 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배달이 많이 밀린 탓이었다. 토마스는 뺨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못 박혀서는 갤리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이집 피자를 또 시키나 봐라. 아무리 맛있어도 절대 안 시키지. 그렇게 꼭꼭 다짐을 하며 먹은 페퍼로니 피자는 정말이지 맛있었으며, 심지어는 갤리가 다시 배달을 와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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